부동산 계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부동산 계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에서 청약통장 만점(84점)이 나올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반면,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나마 지역 수요가 견조하거나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 정도만 주목받고 있다.

한경닷컴이 1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서 지난달부터 지방에서 분양된 아파트 16곳을 분석해보니, 절반인 8곳에서 1순위 미달이 나왔다. 경상도에 미달이 집중됐다. 경북 경산과 경남 밀양 및 남해군을 비롯해 인접 광역시인 대구와 울산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충남 내포신도시와 광주에서도 미달 아파트가 있었다.

광역시인 대구, 울산, 광주 등은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제한이 예고되면서 청약자들이 급증했다. 같은 시기에 대형 건설사나 정비사업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은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지역 건설사나 소규모 단지들의 청약에서 미달을 보였다. 청약자들이 골라서 통장을 넣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단지에 나름 브랜드가 있는 아파트에서도 줄줄이 미달이었다. 소규모 단지의 경우 2순위에서 일부 주택형은 마감되기도 했지만, 중형 이상의 단지에서는 2순위까지도 대거 미달됐다. 경북 경산과 충남 예산군 내포신도시에서는 청약 마감률이 15%에 불과한 아파트가 나왔다. 다시말해 미달률이 85%에 달한다는 말이다. 청약률이 적다보니 청약자들도 계약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서 금호산업이 분양한 '경산하양 금호어울림'은 1순위에서 615가구를 모집했는데, 2순위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96명만 신청했다. 경산시에서는 지난 7월부터 매달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 앞서 분양했던 아파트들은 중방동 경산 서희스타힐스(260가구)와 사동 경산 사동 팰리스 부영2단지(1028가구)였다. 이들 아파트는 간신히 순위 내 마감을 했지만, 이번에는 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라인건설이 공급하는 '내포신도시 이지더원 2차 '는 815가구를 모으는데 52명만 청약했다. 내포신도시에서 5년 만에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지만, 미달을 피할 수 없었다. 부진한 청약결과가 나오면서 내포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2~3개의 중견건설사들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방에서 주로 분양을 하고 있는 A상무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분양권 전매를 위해 대기하는 외지인들이 많았고, 지역 통장들도 대거 몰리곤 했었다"면서 "이제는 실수요자들도 청약을 했다가 계약을 포기하는 지경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이나 세종시같이 급격히 뛴 적도 없는데 규제를 같이 받게되니 타격이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7·10대책 이후 지방 분양권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매제한이 없는 중소도시나 광역시에서 똘똘한 한 채의 분양권을 매매하는 시장이 제법 컸다"며 "7·10대책으로 양도세율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빠지면서 지방 분양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7·10대책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현행 40%에서 70%로 인상하게 된다.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도 1년 미만 보유 시 양도세율을 현행 40%에서 70%로 올리고, 2년 미만 보유 시 현행 기본세율에서 60%로 인상한다. 분양권 또한 1년 미만은 70%, 1년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을 각각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지역 부동산을 통한 마케팅이나 시내 중심가에서 자리를 깔고하는 마케팅 등이 사실상 금지되서다. B업체 분양본부장은 "서울이나 수도권은 대형 건설사들이 공급하거나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다보니 유튜브나 영상자료가 많은데,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지역에서 대면 마케팅으로 분양을 주로했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