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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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실효성 논란을 부른 부동산 정책과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의 경우 국고채 금리를 띄우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최고의 경제 싱크탱크로 통하는 한은이 이 같은 관측을 한줄도 언급하지 않는 등 정책 눈치보기·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은은 10일 통화정책 전개 과정과 현재 금융시장 흐름을 담은 통화신용보고서(2020년 9월)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은법 96조에 따라 1년에 2~4차례 국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는 주요 참고항목으로 '최근 통화증가율 동향 및 특징'을 꼽아 적잖은 분량을 할애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통화량(M2)이 전년 동월에 비해 9.9%로 급증하는 등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 상당액이 단기자금으로 흘러갔고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4월 들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데다 그 배경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라는 분석이 일찌감치 쏟아진 가운데 뒤늦게 한은이 분석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발 나아간 전망이나 의견은 없었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8월 들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 오름세가 다소 축소됐다"며 "정부의 주택관련 대책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이 같은 분석은 상당수 경제학자의 견해와는 배치된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경제학자 중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 집값 급등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았다. 김준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문을 통해 “정부가 특정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삼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시행하면서 국민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규제가 되레 집값을 띄우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정부의 소득·소비 지원정책 등은 향후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만 분석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우려로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확정한 데다 내년 예산(555조8000억원)을 올해보다 8.5% 늘리겠다고 한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는 급등했다. 지난 8일 국고채 금리는 연 0.949%로 지난달 5일 사상 최저(연 0.795%)와 비교해 0.154%포인트 높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끌어내렸지만 시장금리가 뛰면서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급기야 한은이 이달 8일에 5조원 안팎의 국고채를 연내 매입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인 긴급재난지원금과 확장재정에는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