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0일 서울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제1차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0일 서울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제1차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근 서울 공덕동 금싸라기 땅에 문을 연 ‘프론트원’이라는 곳이 있다.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스타트업 지원시설’로 조성한 20층 건물이다. 10일 이곳에서 ‘디지털금융협의회’ 첫 회의가 열렸다.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촉발된 ‘규제 역차별 논란’을 풀고 빅테크·핀테크·금융권의 공동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한 민관 합동 협의체다. 지난 7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제안한 이른바 ‘빅테크 협의체’가 정식 출범한 것이다.

참석자 명단을 쭉 살펴봤다. 당국을 대표해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금융권 대표로는 신한·국민·하나금융의 고위 임원이 한 명씩 참석했다. 전문가로는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7명의 학자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노조 대표’는 의아했다. 금융산업노조가 추천한 금융결제원 노조위원장과 사무금융노조가 낙점한 신한카드 노조위원장이다. 은 위원장이 협의체 구상을 처음 밝힐 때 노조 얘기는 없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빅테크·핀테크업계 대표’의 면면이었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카카오페이 대표와 대학교수 한 명이 끝이었다. 금융위가 ‘마이페이먼트’ 도입 등을 통해 육성하기로 한 중소·영세 핀테크 스타트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행사의 단골인 토스·뱅크샐러드 등은 “참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빅테크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때 가장 먼저 존폐 위기를 겪을 곳은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은 2013년 94개에서 지난해 345개로 늘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빅테크·핀테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기엔 경영 여건과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

이 협의회의 최대 쟁점은 공정 경쟁 방안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디지털 환경 변화와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보기술(IT)업계의 목소리를 네이버와 카카오만 대변하는 구도가 된 것이 아쉬운 이유다.

금융당국은 2~4주 간격으로 회의를 하고 연말까지 대안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쟁점에 대해 모든 의견을 듣고 치열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울어진' 인적 구성…빅테크 협의체 순항할까
금융위 공무원도 영세 핀테크 기업이 겪는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위원장이 주도해 꾸린 협의체에서 스타트업계에도 충분히 발언권을 줘야 한다. 적어도 빅테크와 노조 몫으로 각각 할당된 두 명 이상은 포함했어야 하지 않을까.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