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몰너 호주 애프터페이 창업자 겸 글로벌 CRO "빚 두려워하는 M세대를 공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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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마케팅의 귀재는 꿰뚫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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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세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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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buy now, pay later).’
호주 핀테크기업 애프터페이의 사업모델이다. 애프터페이는 금융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호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기업이 됐고, 호주를 넘어 세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애프터페이의 성공에는 올해 30세인 젊은 창업자 닉 몰너의 역할이 컸다. 그는 할부로 물건을 사고는 싶지만 금융위기 때의 경험으로 신용카드 사용은 꺼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페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애프터페이 주가는 지난 3월 8.9호주달러(최저점)에서 이달 8일 75.04호주달러로 8배 이상 뛰었다. 몰너는 호주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됐다.
몰너는 미국 온라인 보석판매업체인 아이스닷컴을 현지화한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연간 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전자상거래 사업 경험은 애프터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2014년 몰너는 호주 투자회사인 기네스피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앤서니 아이젠과 함께 애프터페이를 창업했다. 소비자대출 전문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프터페이는 설립 6년이 지난 지금 호주를 대표하는 결제회사이자 가장 잘나가는 핀테크기업이 됐다. 애프터페이의 시가총액은 214억호주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이른다.
애프터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물건 가격의 일부만 지급하고 바로 물건을 구매한 뒤 나머지는 무이자로 나눠서 낸다. 여기에 연체료 누적 상한 제한이 있다. 연체료가 아무리 쌓여도 물건 금액에서 정해진 비율을 넘지는 않는다. 대신 연체 가능성이 높은 악성 고객을 걸러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결제 요청 가운데 상당수를 거절하기도 한다.
애프터페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신용카드 등 금융 서비스 사용을 두려워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한 서비스였다. 몰너 역시 18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다. 대형 은행이 긴급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기업들이 파산하는 것을 목격한 이들 세대는 부채 관리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몰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신용카드를 기피한다, 왜냐하면 빚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2018년 기준 호주에서 애프터페이 이용자의 평균 나이는 33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세계 온라인 결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애프터페이도 대표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에는 중국 텐센트홀딩스가 애프터페이에 투자해 지분 5%를 보유하게 됐다. 코로나19로 비용 절감에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이 연체 시 두 자릿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신용카드 대신 애프터페이의 무이자 할부금융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5월 유럽 증권사 UBS가 호주에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가량이 신용카드를 이전보다 덜 쓴다고 답했다. 이 중 13%는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 서비스를 신용카드 대신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분기 신용카드 사용이 감소했다.
몰너는 애프터페이를 채택하는 기업이 앞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프터페이는 글로벌 브랜드에 구글, 인스타그램을 능가하는 트래픽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애프터페이의 성공을 눈여겨본 대형 기업들이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 사업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결제회사 페이팔이 최근 이 시장 참여를 선언하자마자 호주 증시에서 애프터페이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신용카드업계 최강자 중 하나인 비자가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시장 규모가 1조9000억달러 수준인 페이 시장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만큼 경쟁사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쟁 강도가 더 심해졌다.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내몰리며 수익성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호주 증시에 상장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적자기업인 애프터페이의 재무구조에는 좋지 않은 신호다.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가능성도 큰 변수다.
지난해 몰너는 애프터페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글로벌 최고수익책임자(CRO)를 맡으며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애프터페이 앞에 떨어진 주요 과제가 그의 몫이 된 것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호주 핀테크기업 애프터페이의 사업모델이다. 애프터페이는 금융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호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기업이 됐고, 호주를 넘어 세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애프터페이의 성공에는 올해 30세인 젊은 창업자 닉 몰너의 역할이 컸다. 그는 할부로 물건을 사고는 싶지만 금융위기 때의 경험으로 신용카드 사용은 꺼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페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애프터페이 주가는 지난 3월 8.9호주달러(최저점)에서 이달 8일 75.04호주달러로 8배 이상 뛰었다. 몰너는 호주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됐다.
이베이 1위 보석판매자 된 20대
몰너는 호주 시드니대에서 상업을 전공하고 벤처캐피털 MH카네기에 입사해 기술기업 투자를 담당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일찌감치 사업에 입문했다. 가족사업인 보석판매업을 돕기 위해 이베이를 활용했다. 젊은 나이에도 마케팅과 판매에 소질을 보이며 이베이에서 호주 보석판매자 1위에 오르기도 했다.몰너는 미국 온라인 보석판매업체인 아이스닷컴을 현지화한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연간 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전자상거래 사업 경험은 애프터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2014년 몰너는 호주 투자회사인 기네스피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앤서니 아이젠과 함께 애프터페이를 창업했다. 소비자대출 전문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프터페이는 설립 6년이 지난 지금 호주를 대표하는 결제회사이자 가장 잘나가는 핀테크기업이 됐다. 애프터페이의 시가총액은 214억호주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이른다.
밀레니얼 마음 사로잡은 사업모델
애프터페이의 사업모델인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는 신용카드회사들이 제공해온 할부 결제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비결이 숨어 있다.애프터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물건 가격의 일부만 지급하고 바로 물건을 구매한 뒤 나머지는 무이자로 나눠서 낸다. 여기에 연체료 누적 상한 제한이 있다. 연체료가 아무리 쌓여도 물건 금액에서 정해진 비율을 넘지는 않는다. 대신 연체 가능성이 높은 악성 고객을 걸러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결제 요청 가운데 상당수를 거절하기도 한다.
애프터페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신용카드 등 금융 서비스 사용을 두려워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한 서비스였다. 몰너 역시 18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다. 대형 은행이 긴급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기업들이 파산하는 것을 목격한 이들 세대는 부채 관리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몰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신용카드를 기피한다, 왜냐하면 빚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2018년 기준 호주에서 애프터페이 이용자의 평균 나이는 33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세계 온라인 결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애프터페이도 대표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에는 중국 텐센트홀딩스가 애프터페이에 투자해 지분 5%를 보유하게 됐다. 코로나19로 비용 절감에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이 연체 시 두 자릿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신용카드 대신 애프터페이의 무이자 할부금융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5월 유럽 증권사 UBS가 호주에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가량이 신용카드를 이전보다 덜 쓴다고 답했다. 이 중 13%는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 서비스를 신용카드 대신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분기 신용카드 사용이 감소했다.
몰너는 애프터페이를 채택하는 기업이 앞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프터페이는 글로벌 브랜드에 구글, 인스타그램을 능가하는 트래픽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강자 페이팔·비자의 위협
애프터페이는 호주를 넘어 세계로 진출했다. 올 상반기 미국과 영국에서 애프터페이 이용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애프터페이는 7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4억526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캐나다, 싱가포르, 남유럽 국가로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애프터페이가 본국인 호주에서 거둔 성공을 해외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아직 의구심을 품고 있다.애프터페이의 성공을 눈여겨본 대형 기업들이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하라’ 사업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결제회사 페이팔이 최근 이 시장 참여를 선언하자마자 호주 증시에서 애프터페이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신용카드업계 최강자 중 하나인 비자가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시장 규모가 1조9000억달러 수준인 페이 시장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만큼 경쟁사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쟁 강도가 더 심해졌다.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내몰리며 수익성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호주 증시에 상장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적자기업인 애프터페이의 재무구조에는 좋지 않은 신호다.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가능성도 큰 변수다.
지난해 몰너는 애프터페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글로벌 최고수익책임자(CRO)를 맡으며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애프터페이 앞에 떨어진 주요 과제가 그의 몫이 된 것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