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보국' 넘어 '기업시민'으로…100년 기업 포스코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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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최정우' 포스코 회장
경영이념 '기업시민' 화두 제시
미래 50년은 능동적으로 사회문제 앞장
함께 가치 만드는 '위드 포스코' 설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뛰어넘는 개념으로
CEO 직속 기업시민실·자문기구
시민 목소리 듣는 '소통채널'도 설치
경영이념 '기업시민' 화두 제시
미래 50년은 능동적으로 사회문제 앞장
함께 가치 만드는 '위드 포스코' 설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뛰어넘는 개념으로
CEO 직속 기업시민실·자문기구
시민 목소리 듣는 '소통채널'도 설치
2018년 7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했다. 1983년 포스코(옛 포항종합제철) 공채로 입사, 36년 만에 회장에 올랐다. 취임식 날 최 회장이 던진 화두는 ‘기업시민’이었다.
생소한 말이었다. ‘기업’과 ‘시민’은 어색한 단어의 조합이다. 국내에선 시민이란 단어가 시민사회, 시민운동 등 사회학적 용어로 인식돼 더 그렇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서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를 새로운 브랜드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많이 내고 규모를 키우는 데 집착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앞으로는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자는 얘기였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이후 포스코가 지향하는 가치를 대표하게 됐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018년은 포스코가 설립된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포스코는 1968년 4월 설립됐다. 국가의 기반 산업이 하나하나 세워질 때였다. 포스코에 부여된 임무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철강 생산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성실하게 이 임무를 수행했다. 세계 최고 품질의 철을 생산,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 50년, 제철보국은 포스코에 더 이상 미션이 될 수 없었다. 철 생산 이상의 가치를 추구해야 했다. 시대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었다. 이는 단순히 포스코가 ‘무엇을 하는가(What we do)’란 기능적 물음이 아니었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Why we exist)’ 하는 근본적 물음에 답하는 것이었다. 기업시민은 포스코의 새로운 자아 정체성이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기업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 기업이 사회로부터 돈을 벌었으니 사회에 일부 환원한다는 식의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뛰어넘어야 했다. 포스코는 수동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이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동참하는 ‘시민’으로서 역할에 방점을 뒀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3대 추진방향을 설정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Business with POSCO)’,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소사이어티 위드 포스코(Society with POSCO)’, 신뢰와 창의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피플 위드 포스코(People with POSCO)’ 등이다. 이 3대 추진방향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 그리고 직원 행복이 동시에 고려되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의미한다.
CSR 활동을 추진하는 기업은 대부분 전담 조직을 둔다. 하지만 그 조직은 대체로 부수적 조직으로 치부된다. 핵심 경영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포스코는 다르다. 작년 1월 CEO 직속으로 기업시민실을 신설했다. 범위도 폭넓다. 기존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사업’ ‘사회’ ‘사람’ 등 기업시민과 연계된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한다. 기업시민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작년 3월 구성된 기업시민위원회는 포스코그룹 내 최고 자문·독립기구다. 포스코의 기업시민 전략에 대한 자문을 맡는다. 사외 전문가와 사내외 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경제 경영 인문사회 법학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3인을 위원으로 선임,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기업시민위원회는 매 분기 열린다. 여기서 논의한 내용은 포스코와 각 계열사 경영자에게 공유된다.
기업시민 러브레터는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지를 담은 소통 채널이다. 2018년 7월부터 시작했다. 포스코 임직원뿐 아니라 누구나 포스코에 ‘제언’을 한다. 실명으로도, 익명으로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기관과의 협업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싱크탱크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기업시민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도기업에 대한 사례 분석에 나섰다. 작년 3월에는 포스코 후원으로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과 기업시민연구소가 설립됐다. 기업시민연구소는 기업시민, 사회적 가치, 융합적 연구를 한다.
‘1% 나눔활동’이 대표적 활동이다. 월급의 1%를 사회적 나눔에 쓰는 일이다. 임직원 참여율은 2018년 58%에서 작년 98%로 껑충 뛰었다. 이들이 1%씩 모아 조성된 모금액이 작년 90억원을 넘겼다. 이 돈은 직원들이 사용처를 정했다. 임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미래세대,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에 썼다.
청년 구직자를 돕기 위한 활동도 펼쳤다. ‘포유드림’이란 이름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무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취업의 기초 역량과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포스코 취업아카데미’, 4차 산업혁명 공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는 ‘청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아카데미’, 창업 교육을 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스쿨’ 등의 강좌를 열었다. 작년에만 1100여명이 이런 교육을 받았다. 2023년까지 5500여 명에게 교육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최근 기업시민실천가이드(CCMS)를 발간했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이 포스코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라면, CCMS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지도와 같은 것이다.
최 회장은 “모든 업무와 삶 속에서 기업시민 이념을 경영활동의 준거로 삼아 내재화하고 체질화해 조직문화로 정착하도록 했다”며 “포스코 구성원 모두가 글로벌 선도기업 수준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모범시민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생소한 말이었다. ‘기업’과 ‘시민’은 어색한 단어의 조합이다. 국내에선 시민이란 단어가 시민사회, 시민운동 등 사회학적 용어로 인식돼 더 그렇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서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를 새로운 브랜드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많이 내고 규모를 키우는 데 집착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앞으로는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자는 얘기였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이후 포스코가 지향하는 가치를 대표하게 됐다.
CRS 뛰어넘는 적극적 개념
최 회장이 기업시민이란 화두를 꺼내 든 것은 ‘100년 기업’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018년은 포스코가 설립된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포스코는 1968년 4월 설립됐다. 국가의 기반 산업이 하나하나 세워질 때였다. 포스코에 부여된 임무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철강 생산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성실하게 이 임무를 수행했다. 세계 최고 품질의 철을 생산,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 50년, 제철보국은 포스코에 더 이상 미션이 될 수 없었다. 철 생산 이상의 가치를 추구해야 했다. 시대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었다. 이는 단순히 포스코가 ‘무엇을 하는가(What we do)’란 기능적 물음이 아니었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Why we exist)’ 하는 근본적 물음에 답하는 것이었다. 기업시민은 포스코의 새로운 자아 정체성이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기업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 기업이 사회로부터 돈을 벌었으니 사회에 일부 환원한다는 식의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뛰어넘어야 했다. 포스코는 수동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이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동참하는 ‘시민’으로서 역할에 방점을 뒀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3대 추진방향을 설정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Business with POSCO)’,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소사이어티 위드 포스코(Society with POSCO)’, 신뢰와 창의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피플 위드 포스코(People with POSCO)’ 등이다. 이 3대 추진방향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 그리고 직원 행복이 동시에 고려되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의미한다.
기업시민 경영활동
포스코의 기업시민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기업 시민실’과 자문기구 ‘기업시민위원회’, 그리고 ‘기업시민 러브레터’ 등이다.CSR 활동을 추진하는 기업은 대부분 전담 조직을 둔다. 하지만 그 조직은 대체로 부수적 조직으로 치부된다. 핵심 경영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포스코는 다르다. 작년 1월 CEO 직속으로 기업시민실을 신설했다. 범위도 폭넓다. 기존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사업’ ‘사회’ ‘사람’ 등 기업시민과 연계된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한다. 기업시민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작년 3월 구성된 기업시민위원회는 포스코그룹 내 최고 자문·독립기구다. 포스코의 기업시민 전략에 대한 자문을 맡는다. 사외 전문가와 사내외 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경제 경영 인문사회 법학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3인을 위원으로 선임,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기업시민위원회는 매 분기 열린다. 여기서 논의한 내용은 포스코와 각 계열사 경영자에게 공유된다.
기업시민 러브레터는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지를 담은 소통 채널이다. 2018년 7월부터 시작했다. 포스코 임직원뿐 아니라 누구나 포스코에 ‘제언’을 한다. 실명으로도, 익명으로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기관과의 협업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싱크탱크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기업시민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도기업에 대한 사례 분석에 나섰다. 작년 3월에는 포스코 후원으로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과 기업시민연구소가 설립됐다. 기업시민연구소는 기업시민, 사회적 가치, 융합적 연구를 한다.
1% 나눔활동 등 임직원 동참
‘기업시민 포스코’가 되기 위해선 조직 구성원들부터 공감하고 동참해야 했다. 직원들에게 ‘기업시민은 나의 일’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했다.‘1% 나눔활동’이 대표적 활동이다. 월급의 1%를 사회적 나눔에 쓰는 일이다. 임직원 참여율은 2018년 58%에서 작년 98%로 껑충 뛰었다. 이들이 1%씩 모아 조성된 모금액이 작년 90억원을 넘겼다. 이 돈은 직원들이 사용처를 정했다. 임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미래세대,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에 썼다.
청년 구직자를 돕기 위한 활동도 펼쳤다. ‘포유드림’이란 이름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무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취업의 기초 역량과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포스코 취업아카데미’, 4차 산업혁명 공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는 ‘청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아카데미’, 창업 교육을 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스쿨’ 등의 강좌를 열었다. 작년에만 1100여명이 이런 교육을 받았다. 2023년까지 5500여 명에게 교육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최근 기업시민실천가이드(CCMS)를 발간했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이 포스코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라면, CCMS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지도와 같은 것이다.
최 회장은 “모든 업무와 삶 속에서 기업시민 이념을 경영활동의 준거로 삼아 내재화하고 체질화해 조직문화로 정착하도록 했다”며 “포스코 구성원 모두가 글로벌 선도기업 수준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모범시민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