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버클리 등 미국 서부 해안에 나란히 맞붙은 3개 주(州)에서 40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산불이 만들어내는 연기와 재들로 대낮에 태양까지 가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9일(현지시간) CNN 기상담당 기자 저드슨 존스는 "산불에 더 가까운 곳에서는 연기와 화산재가 더 짙어져 햇빛을 완전히 차단해 마치 죽은 밤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보도 사진을 보면 하늘은 녹슨 듯 벌겋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다. 320㎞ 이상 떨어진 산불 지역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바람이 도시까지 옮겨와 산불의 맹위를 떨치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 대기질 관리국의 에린 드메리트 대변인은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발생한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 때문에 대기 오염이 건강에 해로울 정도임을 의미하는 '스페어 디 에어'(Spare the Air) 경보가 25일 연속 발령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상 최장 기간 대기질 경보 발령이다.

존스 기자는 "연기와 재는 햇빛을 굴절시키면서 파란색과 녹색의 짧은 파장을 흩뿌려 볼 수 없게 만들며 빨강과 노랑의 긴 파장만 통과시켜 우리에게 잊지 못할 효과(haunting" effect,)를 가져다준다"고 서술했다.

샌프란시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다른 행성에 온 듯 초현실적"이라며 "잠에서 깨어보니 화성의 하늘을 본 듯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의 또 다른 시민도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끔찍하고 무섭다"며 "1988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았는데 하늘이 이렇게 변하는 재앙은 처음이다"라고 두려움을 표했다.

오클랜드에 있는 기후 및 물 연구센터의 기후학자 피터 글레이크는 그가 이날 본 것은 기후 변화의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기온 상승과 가뭄 등 극단적 날씨를 부르는 기후 변화는 산불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핵겨울'(Nuclear Winter, 핵전쟁으로 발생한 재와 먼지로 일사량이 매우 감소하며 오랜 기간 이어지는 한랭기)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자동차는 낮인데도 전조등을 켠 채 운행했고 사무실에는 한밤중인 것처럼 불이 켜져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립기상청(NWS)의 기상학자 크레이그 슈메이커는 "대량의 매연이 밤새 12㎞ 높이까지 날아올라 가며 재와 얼음이 뒤섞인 거대한 먹구름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9일 오전 영향권에 든 인원이 3000만명이 넘는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주 등 5개 주 일부 지역에는 적기(red flag) 경보가 내려져 있다. 이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등으로 산불이 시작되거나 확산할 상황이 임박했거나 이미 닥쳤다는 뜻이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85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며 그중 40개가 서부 해안의 주에서 불타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