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자본 확충을 서두르면서 올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주식 규모가 5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회사 리피니티브는 세계 기업들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한 주식이 6299억달러(약 747조원)어치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어난 규모다. 발행 금액의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 발행 액수는 1897억달러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였다.

크루즈선 운항사 카니발과 싱가포르에어라인,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코로나19로 타격을 크게 받은 항공·여행 관련 기업들이 자본 확충에 적극적이었다. 코로나19가 수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주식시장에서 70억달러를 조달해 모두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한 인도의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처럼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장기전에 대비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신용등급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실적 둔화와 부채 증가로 인해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찾아 나선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기업도 급증했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이자 영국 최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신종자본증권 120억달러어치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신용등급 하락을 막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