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코로나 재난, 원칙대로 대응하고 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전형적인 국가 재난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바이러스의 폭발적인 감염력과 높은 수준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하나고, 경제·사회적 약자에의 충격이 다른 하나다. 감염병과 경제·사회 침체의 복합재난인 것이다. 흔히들 국가재난에는 예방·준비·대응·회복의 네 가지 관리단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미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으니 코로나19의 재난 관리는 대응 단계에 처해 있다. 보편적으로 재난 대응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충족해야 한다. 현장성, 즉각성, 전략성, 전문성, 투명성, 인명구조 우선성 등이 그것이다.

첫째, 재난 대응에서는 소위 컨트롤타워보다 현장의 관찰, 필요, 판단 등의 현장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재난의 전개가 고도로 불확실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의료 현장의 학습과 연구, 경제·사회적 약자들을 접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찰과 판단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재난에 대응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명목상의 국제 기준이나 낡은 교과서 또는 중국 고사에 의존해선 안 된다.

둘째, 대응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급한 대로 우선 불을 끄고 물을 막고 폭발을 지연시키고 땅이 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미 대응 단계에 들어섰는데 방역에 성공했다는 등 경계심을 늦추는 경거망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대응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데 툭하면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느니 하는 자화자찬은 민망한 일이다. 검사 및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충분히 꾸준히 비축해놓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한 채 계속 경계하며 지키고 있어야 한다.

셋째, 이미 재난은 터졌기에 대응 단계에선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남대문 화재 때 후대를 위해 서까래는 구멍을 내야 했고 지붕 기와는 해체해야 했다. 엉거주춤 그 모든 것을 다 구하겠다고 하다가 누각을 모두 태워 먹었다. 성심성의를 다했다고 말은 했으나 사실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짓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도 최고 결정권자는 냉정한 전략적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검사는 지금보다 훨씬 폭넓고 광범위하게 해야 하며 건강한 확진자와 잠재적인 감염 대상 노약자에 대한 보호는 전혀 다른 관점과 조치로 다시 기획해야 한다. 격리 기간과 지침도 그간의 경험과 지식에 기초해 더욱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특히 정책의 모든 단계에서 영세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훨씬 강화돼야 한다.

넷째, 재난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다. 훈련된 전문가도 예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또한 학문적 배경과 전공의 초점, 학파 입장 등에 따라 전혀 다른 관찰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최고수는 그것들을 다 보고 종합하고 융합해 최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단순히 합쳐서도 안 되고 빼서도 안 된다.

다섯째, 재난 대응의 투명성이란 대응 과정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를 얻어야 국민이 순응한다. 감염병 재난같이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가장 중요한 재난 대응 요소일 때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국민을 편 가르고 공동의 적을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정치공학적 수를 두는 것은 신뢰를 극적으로 떨어뜨린다. 하수나 하는 짓이다. 반면, 정작 방역과 위생에 필요한 정보는 몇 달 동안 전혀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조심하고 싶지만 어떤 환경이 안전하고 활동 가능한지 아직도 잘 모른다.

여섯째, 모든 재난 대응 당국의 최우선 목표는 인명구조다. 어찌 됐든 사람을 살려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은 바이러스로 국민을 죽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제·사회적 비정상 상황을 초래해 경제난, 사회적 소외, 종교활동의 부재, 대화 및 소통의 부족, 삶의 질 저하로 인한 사망·질환 등으로 국민을 죽이고 있다. 감염병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충격이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자보다 후자의 규모가 크고 사회적 여파가 클 수도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기에 미미하게 보일 뿐이다. 정부는 감염자와 경제·사회적 약자, 이 두 부류의 인명을 모두 구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