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폭탄' 동대문 상인들 "집값 잡으려다 사람 잡을 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상공인 울리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매출 줄었는데 임대료는 '껑충'
지자체 공유재산 임차한 상가들
매년 공시지가 따라 임대료 연동
서울 DDP패션몰 올 6.4% 상승
아산 공원 음식점은 15% 급등
매출 줄었는데 임대료는 '껑충'
지자체 공유재산 임차한 상가들
매년 공시지가 따라 임대료 연동
서울 DDP패션몰 올 6.4% 상승
아산 공원 음식점은 15% 급등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유탄이 돼 날아왔다. 최근 공시지가가 급격하게 뛰어오르자 이에 연동해 책정되는 공유재산(지방자치단체 소유 재산) 임대료도 덩달아 급등했다. 공유재산을 임차해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락한 가운데 ‘임대료 폭탄’까지 떠안아 망연자실하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선 “집값을 잡는다더니 애먼 서민들만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출 급감으로 신음하는 상인들에게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임대료가 전년 대비 6.4% 인상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서울시설공단이 운영을 맡고 있는 DDP패션몰은 공유재산으로, 이곳의 임대료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라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에 연동해 산정된다. 이곳의 공시지가가 지난해 ㎡당 1215만원에서 올해 1351만6000원으로 11.2% 급등하자 임대료도 그에 비례해 올라갔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임대료가 6.4% 오르면 점포당 연평균 부담은 300만원가량 증가한다. 임차료로 최대 연 1000만원을 더 내는 매장도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엎친 데 덮친’ 상인들의 사정을 알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유재산법 시행령에 “지자체는 임대료의 5% 이상 증가분 중 최대 70%까지만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DDP패션몰의 임대료도 원래 산식대로라면 9.8% 인상될 예정이었지만 시와 공단이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상한선까지 증가분을 감면해 6.4%로 낮춘 것이다. 이희숙 서울시설공단 교통시설운영처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임대료를 더 감면해주고 싶어도 상한선이 있어 감면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폭탄’은 DDP패션몰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의 공유재산을 임차해 장사하는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고초를 겪고 있다. 충남 아산시가 소유한 공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4200만원이던 연간 임대료를 1년 만에 15% 인상된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역시 이 지역 공시지가가 크게 올라 이에 연동된 공유재산 임대료가 급등해 벌어진 일이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이유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책정하는 기준인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부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시지가에 연동된 공유재산 임대료도 딸려 올라가 애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들어 공시지가가 급등해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는 민원이 늘어나자 지난 5월 행정안전부에 공유재산 사용료 인상폭에 상한을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공유재산과 달리 국유재산은 최대 인상폭이 5%로 제한돼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에야 부랴부랴 공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최대 인상폭을 설정하는 대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감면 가능한 상한선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 등이 남아 시행령 개정안은 일러도 오는 12월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그 전에 계약을 갱신하는 상인들은 임대료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또 시행령이 개정돼도 지자체가 깎아주지 않으면 공시지가가 오른 만큼 소상공인의 임차료 부담은 커지게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시지가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임대료 산정 방식 자체를 물가상승률과 연계하는 식으로 바꾸는 등 행안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연간 임대료 최대 1000만원 올라
지난 9일 밤 11시 서울 신당동에 있는 의류도매상가 DDP패션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을 떼가는 도매상인들이 들어차 한창 붐볐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층마다 정적이 흘렀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한국을 찾는 중국 상인들이 줄어들자 상점 338개가 몰려 있는 이 패션몰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김익환 DDP패션몰 상인회 기획홍보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개시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인들도 많다”고 말했다.매출 급감으로 신음하는 상인들에게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임대료가 전년 대비 6.4% 인상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서울시설공단이 운영을 맡고 있는 DDP패션몰은 공유재산으로, 이곳의 임대료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라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에 연동해 산정된다. 이곳의 공시지가가 지난해 ㎡당 1215만원에서 올해 1351만6000원으로 11.2% 급등하자 임대료도 그에 비례해 올라갔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임대료가 6.4% 오르면 점포당 연평균 부담은 300만원가량 증가한다. 임차료로 최대 연 1000만원을 더 내는 매장도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엎친 데 덮친’ 상인들의 사정을 알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유재산법 시행령에 “지자체는 임대료의 5% 이상 증가분 중 최대 70%까지만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DDP패션몰의 임대료도 원래 산식대로라면 9.8% 인상될 예정이었지만 시와 공단이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상한선까지 증가분을 감면해 6.4%로 낮춘 것이다. 이희숙 서울시설공단 교통시설운영처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임대료를 더 감면해주고 싶어도 상한선이 있어 감면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폭탄’은 DDP패션몰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의 공유재산을 임차해 장사하는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고초를 겪고 있다. 충남 아산시가 소유한 공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4200만원이던 연간 임대료를 1년 만에 15% 인상된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역시 이 지역 공시지가가 크게 올라 이에 연동된 공유재산 임대료가 급등해 벌어진 일이다.
세수 늘리려다 애꿎은 소상공인만 피해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앞으로도 공유재산을 임차해 장사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은 계속해서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7.89% 뛰었다. 지난해(13.87%)에 이어 2년 연속 급격하게 올랐다.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이유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책정하는 기준인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부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시지가에 연동된 공유재산 임대료도 딸려 올라가 애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들어 공시지가가 급등해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는 민원이 늘어나자 지난 5월 행정안전부에 공유재산 사용료 인상폭에 상한을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공유재산과 달리 국유재산은 최대 인상폭이 5%로 제한돼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에야 부랴부랴 공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최대 인상폭을 설정하는 대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감면 가능한 상한선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 등이 남아 시행령 개정안은 일러도 오는 12월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그 전에 계약을 갱신하는 상인들은 임대료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또 시행령이 개정돼도 지자체가 깎아주지 않으면 공시지가가 오른 만큼 소상공인의 임차료 부담은 커지게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시지가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임대료 산정 방식 자체를 물가상승률과 연계하는 식으로 바꾸는 등 행안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