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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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결혼과 출산 시기 지연, 환경 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난임의 고통을 겪는 부부들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2017년 20만 명에 이어 2018년 22만, 2019년 23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난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30대 후반 기혼여성 A 씨도 지난 3년간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이다.

A 씨는 "처음엔 제 문제인가 싶었어요. 생리가 불규칙적인 편이거든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딱히 이상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남편도 비뇨기과 검진을 받게 했다. 담당의는 남편 상태에 대해 "자연임신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A 씨 부부는 그때부터 난임 전문 병원에 다니며 할 수 있는 시술은 다 했다.

결혼 5년차가 넘어가니 양가에서 아이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고, A 씨 부부는 결국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이라고 밝혔다.

시부모님은 여자 몸에 좋다는 한약을 지어오시더니 어느 순간부터 불임의 원인이 A 씨라고 의심했다.

A 씨 남편은 참지 못하고 "문제는 나야. A가 날 배려해준다고 말 안하고 있었는데, 자꾸 이렇게 몰아가면 내가 부끄럽고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토로했다.

남편의 고백에도 시부모님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 아내를 보호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남편은 비뇨기과에서 받은 검사 용지를 보여줬다. 그는 "내가 이상 있는 걸 이렇게까지 확인하고 싶었냐"며 "너무 비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시부모님은 "검사가 잘못된 것 아니냐", "이럴 리가 없다", "네가 얼마나 건강한 아인데" 등 믿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또 A씨에게 "이제 곧 마흔인데 어떻게 하느냐. 우리 집안 씨가 마르겠다. 씨가 안 좋아도 밭만 좋으면 된다던데 왜 그걸 못하느냐"고 타박했다.

A씨는 시부모에게도, 남편에게도 정이 떨어졌다. 그는 "아들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게 충격일 수도 있는데 당연히 며느리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어이없다"고 분노했다.

통계에 따르면 난임 부부 3쌍 중 1쌍은 남성 난임이 원인이다. 남성 난임의 약 80% 정도는 정자가 잘 형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와 수정할 충분한 양의 정자를 만들지 못하거나 정자의 운동성 부족으로 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다. 여성 난임의 원인으로는 난소 기능 저하나 자궁 근종 등이 꼽힌다. 특히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이 늘어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신 확률을 높이는 과학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숙지하고, 운동, 먹거리 등 기본적인 평소 생활 습관에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부부 공통의 문제인 만큼 함께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문제로 부부간 다툼이 심해지고 갈등이 심해질 경우 누구 책임일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고통을 받는 부부들의 사례를 들어봤다.

난임과 불임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부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임신이 되지 않은 아내에게 남편과 시부모님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시로 전화하고 찾아와서 왜 아직도 아이가 생기지 않느냐며 얼른 가지라고 며느리를 달달 볶는 시어머니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 문제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거나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 부부갈등이 심해지고 이혼까지 결심하는 부부도 있습니다.

불임으로 인하여 다툼이 심해지고 갈등이 심해질 경우 누구 책임일까요?

실무에서 불임의 원인을 검사하면 아내보다 남편의 신체적인 이유로 불임인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시부모가 그런 사정도 모르고 며느리만 구박할 경우 며느리가 얼마나 억울할까요?

만약 남편이나 아내 배우자 중 누군가 한사람의 신체적인 문제로 불임이라면 이 사실로 이혼이 가능할까요?

신체적인 불임은 이혼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성기능이 다소 문제가 있어도 이혼사유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의사인 남편이 중매로 만나 결혼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불임 검사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무정자증에 염색체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람 사이는 나빠지고 결국 두 사람은 별거 상태로 지내다가 아내가 남편이 성기능 장애가 있다는 것을 속이고 사기 결혼을 했다며 남편을 상대로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 한 사건에서 원심은 "아내는 남편의 성기능 장애와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혼인을 취소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로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부인이 남편의 성기능 장애를 모르고 결혼했어도 혼인의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성기능장애가 부부생활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볼 여지가 없고,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만약 결혼 전부터 성기능이 완전히 불능인 것을 알고도 속인 경우는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성관계가 전혀 불가능함에도 혼인생활을 평생 유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기능에 다소 장애가 있거나 불임 등의 문제가 있어도 그 사유만으로는 혼인취소나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위 사례에서 만약 시어머니가 임신이 어려운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며느리에게 강제적으로 임신을 강요하거나 험담을 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해서 혼인이 파탄이 된 경우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불임은 부부가 서로 노력하고 이해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유 없는 비난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법알못] "불임의 원인이 아들에게 있는데 왜 며느리를 탓하죠?"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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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