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돈을 움직이는 세계 주요 국부펀드 등 연기금이 상반기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시장 흐름에 맞춰 기술주 비대면주 바이오주 등을 늘리고 금융 에너지 등 전통산업 투자는 줄였다. 또 폭락장이 펼쳐진 올 1분기엔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기도 했지만 2분기 이후부턴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로 신흥국 투자를 늘리는 점도 눈에 띄었다.
캘퍼스, 길리어드·줌 등 투자 늘려 4.7% 수익

GPFG·캘퍼스, IT·바이오·비대면 확대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올 상반기 주식 자산 비중을 소폭 늘렸다. 지난해 말 58.7%에서 2분기 말 59.3%로 늘어났다.

캘퍼스는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60%에 달한다. 캘퍼스는 지난 6월 기준 1년 수익률 4.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폭락장을 거쳤음에도 수익률을 방어한 비결은 투자 방식의 변화다. 올초 폭락장에서 액티브보다 패시브 투자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2분기에는 달라진 포트폴리오 덕에 수익률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캘퍼스는 2분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기술주 비중은 줄이고 바이오와 비대면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 제조업체인 길리어드 지분은 1분기 435만 주에서 2분기 1052만 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도 44만 주에서 59만 주로 보유 주식이 증가했다. 바이오기업인 이노비오 역시 3월 말 17만 주에서 6월 말 32만 주로 늘어났다. 애플과 MS는 보유 주식 수는 줄었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보유 가치는 1분기보다 오히려 커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중국으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도 올 상반기 주식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말 70.8%이던 주식 비중을 올 6월 말 69.6%로 줄였다.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 관련주는 늘리고 은행과 에너지·산업재 비중은 축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기술주를 추가로 매수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성장주 비중도 늘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상반기 주식 자산 수익률이 -6.8%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IT와 헬스케어 업종에선 각각 14.2%, 4.8%의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금융과 에너지 업종 수익률은 각각 -20.8%, -33.1%였다.

신흥국 주식 비중↑

주요 연기금의 신흥국 주식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2분기 주식 비중을 30.0%에서 32.1%로 늘렸다. 특히 3월 말 6.6% 수준이던 신흥국 주식 비중을 6월 말 7.2%로 높였다. ABP는 2분기 전체 수익률 6.4%, 주식 자산 수익률 17.8%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선진국 주식은 18.0%, 신흥국 주식은 17.1%의 성과를 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신흥국 주식 비중을 작년 말 11.4%에서 올 6월 말 11.7%로 확대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상반기 변동성이 극대화됐던 시기에 신흥국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렸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 국민연금은 이 같은 해외 연기금과 투자 패턴이 달랐다. 국내 주식 비중은 작년 말 17.95%에서 올 6월 말 17.54%로, 해외 주식은 22.60%에서 22.08%로 낮췄다. 국내 해외 모두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전체 수익률은 올 6월까지 0.5%에 그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