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집콕, 답답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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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확산만큼 무서운 '코로나 블루'
자가진단 해보세요
'심리 방역'이 필요해
코로나 이후 우울 상담 45만건
외출·만남 줄자 "짜증만 늘어"
자가진단 해보세요
'심리 방역'이 필요해
코로나 이후 우울 상담 45만건
외출·만남 줄자 "짜증만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울감이나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평소보다 식욕이 줄었다.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깼다. 신문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말과 행동이 느려졌다.’ 최근 2주간 이런 증상이 나타난 날이 이틀 이상 있었다면 ‘코로나 블루’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우울증은 운동이나 자기관리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도 “2주 이상 우울감 등이 지속되면 방치하지 말고 상담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우울’과는 거리가 멀던 직장인 정모씨(34)도 부쩍 한숨이 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직장생활 틈틈이 야구경기 관람 등 취미생활을 즐기던 그에겐 요즘이 악몽 같다. 정씨는 “사는 게 이렇게 재미없다고 느껴진 적은 처음”이라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겨서 자꾸 인테리어 소품을 사게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 몰린 상담 건수는 총 45만1704건이다. 작년 한 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 건수(35만3388건)를 훌쩍 넘었다. 감염을 걱정하는 불안·강박장애부터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실업이나 휴업·폐업 등 경제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사례도 많다.
상담 건수는 지난달 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달 첫 주엔 2만2792건에 달했다. 지난달 셋째 주(1만1807건)보다 93% 급증했다.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심리지원팀 관계자는 “코로나 우울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면서 관련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는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책에서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만큼 해롭다”고 했다. 그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소통, 공감을 늘려야 한다”며 “외로운 경험 등을 주변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인 가구이거나 지속적으로 소통할 지인이 없다면 인공지능(AI) 스피커나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을 활용하는 대안도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AI 스피커 등 사람과의 소통을 대체할 장치를 마련하면 심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화영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순천향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땀을 흘리고 심박수를 올리면 몸에 유리한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주는 게 좋다”며 “매일 할 일을 정해놓고 이행하는 습관도 무력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치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2주 이상 심한 무기력감이나 좌절감, 우울감 등이 지속된다면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을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불안은 자책, 분노, 절망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자주 보면 우울이나 불안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심 부장은 “상담하러 오는 이들에게 SNS는 아예 앱을 삭제하고 보지 말라고 권한다”고 했다.
정지은/김남영/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
“무력감에 짜증만 납니다”
경기 부천시 상동에 사는 김모씨(39)는 최근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늘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처음에는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고 버텼지만 3주 가까이 불면증이 지속돼 견딜 수 없었다. 김씨는 우울 증세를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만남과 외출이 줄어들면서 고립감이 커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씨는 “사촌언니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도와주던 일도 끊기고 하루종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두 달간은 소리 내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평소 ‘우울’과는 거리가 멀던 직장인 정모씨(34)도 부쩍 한숨이 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직장생활 틈틈이 야구경기 관람 등 취미생활을 즐기던 그에겐 요즘이 악몽 같다. 정씨는 “사는 게 이렇게 재미없다고 느껴진 적은 처음”이라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겨서 자꾸 인테리어 소품을 사게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 몰린 상담 건수는 총 45만1704건이다. 작년 한 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 건수(35만3388건)를 훌쩍 넘었다. 감염을 걱정하는 불안·강박장애부터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실업이나 휴업·폐업 등 경제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사례도 많다.
상담 건수는 지난달 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달 첫 주엔 2만2792건에 달했다. 지난달 셋째 주(1만1807건)보다 93% 급증했다.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심리지원팀 관계자는 “코로나 우울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면서 관련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전화 통화로 고립감 탈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다스리려면 걷기나 맨손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늘리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코로나 블루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언택트(비대면)”라며 “집 안에만 갇혀 있기보다는 마스크를 쓰고 공원 등을 걸어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가족과의 대화를 늘리거나 친구와 전화, 문자를 통해 유대감을 키우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버티고 견딘다고 생각하지 말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강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는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책에서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만큼 해롭다”고 했다. 그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소통, 공감을 늘려야 한다”며 “외로운 경험 등을 주변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인 가구이거나 지속적으로 소통할 지인이 없다면 인공지능(AI) 스피커나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을 활용하는 대안도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AI 스피커 등 사람과의 소통을 대체할 장치를 마련하면 심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화영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순천향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땀을 흘리고 심박수를 올리면 몸에 유리한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주는 게 좋다”며 “매일 할 일을 정해놓고 이행하는 습관도 무력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치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2주 이상 심한 무기력감이나 좌절감, 우울감 등이 지속된다면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을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불안은 자책, 분노, 절망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자주 보면 우울이나 불안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심 부장은 “상담하러 오는 이들에게 SNS는 아예 앱을 삭제하고 보지 말라고 권한다”고 했다.
정지은/김남영/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