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서울 강남 개인기업금융(PIB)센터가 글로벌 벤처기업에 대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거래를 주선하는 데 성공했다. 프라이빗뱅킹(PB)센터가 해외 비상장사 투자를 이끈 첫 사례다. 해외 기업의 지분 투자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미래 먹거리 '새 영역' 개척한 신한은행

단일 PB센터서 해외 프리IPO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PWM PIB 강남센터는 지난달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나녹스(Nano-X) 지분 100억원어치에 대한 투자 건을 국내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가 성사된 직후인 지난달 21일 나녹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주가는 시초가 대비 120%가량 오르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X선 촬영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인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PIB는 기존 PB에 투자은행(IB) 역할을 결합한 조직이다. 100억원 이상을 한 번에 맡기는 초고액 자산가(VVIP)를 대상으로 영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비상장사에 대한 지분 투자는 현지 금융사와의 네트워크가 관건”이라며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와 증권사도 유명 벤처캐피털(VC) 펀드에 출자하지 않는 한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녹스는 이스라엘 VC 운용사인 요즈마가 발굴한 기업이다. PIB센터는 나녹스가 상장을 앞두고 급히 자금을 필요로 하고, 신한은행 본사와 요즈마가 협업을 모색 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해 투자자 모집 기회로 활용했다.

“한국형 VVIP 전문 PB 만든다”

투자는 신한금융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신한금융 총괄 IB 조직인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가 거래를 검토했고,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총 273억원의 청약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주당 18달러에 총 100억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속도전’이 관건이었던 거래”라며 “상장 기초가인 주당 20.34달러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투자를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 PB센터는 그동안 증권사와 운용사 등이 주선한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수수료 수익을 얻는 데만 골몰하다 보니 정작 거래 검증에 소홀했다. 이런 관행이 최근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맞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한 PIB센터는 이번 거래로 국내 PB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PIB강남센터 1호점은 설립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4500억원가량으로 운용 자산을 불렸다. 이 성공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7월 말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 PIB 2호점인 서울센터를 열었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IB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PIB센터는 ‘PB와 IB의 결합’을 목표로 내걸고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만든 조직”이라며 “해외 증권사 및 사모펀드와 협업해 유망한 투자 건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