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코로나에 '모빌리티 종합그룹 꿈' 접은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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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회사를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꿈이 결국 꺾이게 됐다.
정 회장은 과거 선친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일구며 키웠던 '모빌리티 DNA'를 HDC그룹에서 펼쳐보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꺾인 형국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HDC그룹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금력이 있는 SK그룹과 CJ그룹,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HDC그룹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작년 9월 예비입찰에 현산도 참여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가한 현산은 본입찰에서 경쟁자로 꼽히던 애경그룹보다 1조원가량 많은 액수를 적어내며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주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이 같은 '통 큰 베팅'에 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주목했고, 정 회장이 선친과 함께 일군 현대자동차 시절 이야기가 회자했다.
정 회장의 선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차와 '포니' 신화를 만든 '포니정',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닦아 놓은 현대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9년 정주영 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자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 시절의 '모빌리티 DNA'가 아직 남아 있어 항공업에도 관심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몽규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HDC그룹이 항만사업도 하고 있고 앞으로 육상, 항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산은 충분한 자체 자금으로 인수에 참여해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본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는 등 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각국이 감염 우려로 속속 이동제한 조치를 위하고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태도 악화했다.
현산의 태도도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변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밀어붙일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고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해 결국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만나 인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인수에 따르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현산은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한 사례를 수집하고,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정 회장의 모빌리티 종합그룹 꿈도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 파기로 현산은 시장의 신뢰에 흠집이 났고, 항공운수업 등의 허가권이 있는 정부와도 껄끄러운 관계가 된 셈"이라며 "주력인 건설업을 영위하는 데도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산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계속)
/연합뉴스
정 회장은 과거 선친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일구며 키웠던 '모빌리티 DNA'를 HDC그룹에서 펼쳐보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꺾인 형국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HDC그룹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금력이 있는 SK그룹과 CJ그룹,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HDC그룹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작년 9월 예비입찰에 현산도 참여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가한 현산은 본입찰에서 경쟁자로 꼽히던 애경그룹보다 1조원가량 많은 액수를 적어내며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주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이 같은 '통 큰 베팅'에 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주목했고, 정 회장이 선친과 함께 일군 현대자동차 시절 이야기가 회자했다.
정 회장의 선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차와 '포니' 신화를 만든 '포니정',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닦아 놓은 현대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9년 정주영 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자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 시절의 '모빌리티 DNA'가 아직 남아 있어 항공업에도 관심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몽규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HDC그룹이 항만사업도 하고 있고 앞으로 육상, 항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산은 충분한 자체 자금으로 인수에 참여해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본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는 등 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각국이 감염 우려로 속속 이동제한 조치를 위하고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태도 악화했다.
현산의 태도도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변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밀어붙일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고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해 결국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만나 인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인수에 따르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현산은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한 사례를 수집하고,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정 회장의 모빌리티 종합그룹 꿈도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 파기로 현산은 시장의 신뢰에 흠집이 났고, 항공운수업 등의 허가권이 있는 정부와도 껄끄러운 관계가 된 셈"이라며 "주력인 건설업을 영위하는 데도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산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