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북한이탈주민 보호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으로부터 1년 7개월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탈북 여성이 지난해 피해를 호소하며 찾은 한 탈북단체 대표로부터 또다른 성폭력 범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사진)은 11일 "탈북 여성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고 지적했다.

양향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마음이 참담하다. 군과 경찰, 그리고 탈북단체 대표까지 탈북 여성 성범죄의 가해자였다"면서 "성폭행 피해 상담을 하러 간 자리가 악몽이 됐다. 시민을 지킬 공권력의 사명은 무너졌고, 자유를 부르짖는 시민사회의 본분도 깨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탈북 여성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조국일까 자문하니 자괴감만 든다"며 가장 분노스러운 점은 성범죄도 약자에 더 악랄하다는 것이다. 약자니까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겠지라는 가해자의 인식이 너무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양향자 의원 입장 전문

마음이 참담합니다. 군과 경찰 그리고 탈북단체 대표까지 탈북 여성 성범죄의 가해자였습니다. 성폭행 피해 상담을 하러 간 자리가 악몽이 됐습니다.

시민을 지킬 공권력의 사명은 무너졌고, 자유를 부르짖는 시민사회의 본분도 깨졌습니다. 과연 탈북 여성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조국일까 자문하니 자괴감만 듭니다.

가장 분노스러운 점은 성범죄도 약자에 더 악랄하다는 것입니다. 약자니까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겠지라는 가해자의 인식이 너무 화가 납니다.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하나원의 성폭력 등과 관련된 수업은 모두 합쳐 7시간에 불과하고 이중 범죄피해 예방 교육은 2시간뿐입니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가 운영 중인 상담센터나 공익변호사에 대한 탈북민들의 인식도 냉소적입니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탈북 여성 가운데 도움을 요청한 것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당하거나 무조건 빌고 애원했고 답한 게 25%에 달했습니다. 교육과 제도로 탈북 여성들의 인식을 바꿔내야 하지만 이조차도 잘 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재난도 범죄도 약자에게 더 가혹하고 비열하게 다가갑니다. 국가의 역할은 이 간극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성범죄로만 볼 게 아니라 탈북민에 대한 사회 시스템의 공백이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