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사의 표명 후 지지율 급등…'아베 시즌3'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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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효과' 속 지병 내세운 동정 유발 등 분분한 배경 분석
1차 집권 때도 사의 표명 후 정계은퇴 안 하고 재등판 성공
"물러나겠다고 하니 바닥으로 떨어졌던 인기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65) 일본 총리를 놓고 최근 일본 정계에서 하는 얘기다.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이후 최장기 집권 기록(사임 발표일 기준 1·2차 집권 통산 3천169일)을 세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해 더는 정상적으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1차 집권기인 2009년 9월 물러날 때와 마찬가지인 칭병(稱病·병을 핑계로 삼음)이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바닥을 치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베의 사임 발표 후 제일 먼저 나온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는 눈을 비비고 봐야 할 정도였다.
사임 표명을 전후로 불과 한 달 간격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36.0%에서 56.9%로 20.9%포인트나 뛰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발표된 다른 언론사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확인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5%포인트 반등한 52%, 마이니치신문은 16%포인트 급등한 50%, 민방 TBS 계열인 JNN 조사에선 무려 27% 폭등한 62%를 찍었다.
지난 7년 8개월간의 2차 아베 내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률도 교도통신과 별도의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모두 70%대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른바 '모·가·사'(모리토모·가케이 학원, 사쿠라<벚꽃> 보는 모임) 스캔들 속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물러나라고 압박하던 여론이 정작 사임하겠다고 하니 급작스레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과거 일본 정권에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퇴진 수순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2009년 9월 물러났던 제1차 아베 내각도 그해 6월 이후 20~30%대까지 추락한 상황이었다.
한번 인기가 떨어진 정권이 퇴임한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제1차 아베 내각 전전(前前) 정권인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경우 2011년 6월 사의 표명한 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져 그해 7월에는 17%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아베 내각은 바닥을 헤매던 지지율이 퇴진이라는 재료를 디딤돌 삼아 뛰어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최근 전문가의 시각으로 다양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세이메이(第一生命)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폐점효과'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문을 닫은 도쿄의 유서 깊은 유원지 '도시마엔'에 폐점을 앞두고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처럼 역대 최장 집권에 성공한 2차 아베 내각도 단기로 끝난 정권에 비해선 경제나 외교 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지지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이나바 데쓰로 히토쓰바시(一橋)대학 교수(사회심리학)는 아베 총리가 치밀하게 준비한 듯한 이번 출구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역시 병치레를 이유로 사임을 밝혔던 1차 집권 때는 중도에 도망치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이번에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언어로 사임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한 것이 '잘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호간비키'(判官贔屓)라는 일본인의 습성이 발동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비극적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헤이안(平安)시대~가마쿠라(鎌倉) 시대 초기의 무장인 미나모토 요시쓰네(源義警, 1159~1189)와 연관된 표현인 호간비키는 약자를 무작정 동정하는 심리를 말한다.
TBS 뉴스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즈미 신이치로 아나운서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사임 발표 후 급등한 것에 대해 "일본인이 조금 호간비키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놀라운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埼玉)대 교수(정치의식론)는 "사임 이유가 지병이어서 일반인들 사이에 '고생했다'는 인식이 퍼졌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 사임 표명 후 급상승한 지지율은 아베 내각의 온전한 계승을 내세우며 후임자로 나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제2차 아베 내각에서 7년 8개월간 줄곧 아베의 복심으로 활약해온 스가는 오는 14일 소속 의원과 일반 당원 대표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자민당 총재 자리를 꿰차 아베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스가 내각이 출범할 경우 지금 분위기를 이어받아 지지율이 고공 상태에서 출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아베 집권기에 잠복한 수많은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면서 거품 낀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금방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쓰모토 교수는 그런 상황이라면 자민당 내에서 "역시 아베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베 총리의 3번째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그렇다면 아베의 총리 복귀는 불가능할 얘기일까? 일본에선 대를 건너뛰어 3번 이상 총리를 지낸 인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4차례)와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3차례)가 있는 등 재재 등판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아베는 이번에 사임하지 않았다면 자민당 총재 3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길게 가도 내년 9월에는 물러나야 했다.
아베의 나이는 올해 65세로 후임으로 찍은 스가 관방장관보다 6살 젊고, 자민당 내의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1) 간사장보다는 무려 16살이나 어리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미래에 얼마든 정치를 더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우파 성향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버티고 있다.
아베는 이번에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의원직은 유지하겠다고 천명해 놓은 상태다.
그 말이 의미심장하다.
일단 봉추(鳳雛·잠재적 주자)로 몸을 낮췄다가 때가 되면 다시 날개를 펴겠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그는 1차 집권 때도 물러나면서 정계은퇴를 안 했다가 2012년 12월 재집권해 연속 최장기 집권 기록을 남겼다.
/연합뉴스
1차 집권 때도 사의 표명 후 정계은퇴 안 하고 재등판 성공
"물러나겠다고 하니 바닥으로 떨어졌던 인기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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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65) 일본 총리를 놓고 최근 일본 정계에서 하는 얘기다.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이후 최장기 집권 기록(사임 발표일 기준 1·2차 집권 통산 3천169일)을 세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해 더는 정상적으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1차 집권기인 2009년 9월 물러날 때와 마찬가지인 칭병(稱病·병을 핑계로 삼음)이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바닥을 치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베의 사임 발표 후 제일 먼저 나온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는 눈을 비비고 봐야 할 정도였다.
사임 표명을 전후로 불과 한 달 간격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36.0%에서 56.9%로 20.9%포인트나 뛰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발표된 다른 언론사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확인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5%포인트 반등한 52%, 마이니치신문은 16%포인트 급등한 50%, 민방 TBS 계열인 JNN 조사에선 무려 27% 폭등한 62%를 찍었다.
지난 7년 8개월간의 2차 아베 내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률도 교도통신과 별도의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모두 70%대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른바 '모·가·사'(모리토모·가케이 학원, 사쿠라<벚꽃> 보는 모임) 스캔들 속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물러나라고 압박하던 여론이 정작 사임하겠다고 하니 급작스레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과거 일본 정권에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퇴진 수순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2009년 9월 물러났던 제1차 아베 내각도 그해 6월 이후 20~30%대까지 추락한 상황이었다.
한번 인기가 떨어진 정권이 퇴임한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제1차 아베 내각 전전(前前) 정권인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경우 2011년 6월 사의 표명한 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져 그해 7월에는 17%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아베 내각은 바닥을 헤매던 지지율이 퇴진이라는 재료를 디딤돌 삼아 뛰어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최근 전문가의 시각으로 다양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세이메이(第一生命)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폐점효과'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문을 닫은 도쿄의 유서 깊은 유원지 '도시마엔'에 폐점을 앞두고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처럼 역대 최장 집권에 성공한 2차 아베 내각도 단기로 끝난 정권에 비해선 경제나 외교 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지지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이나바 데쓰로 히토쓰바시(一橋)대학 교수(사회심리학)는 아베 총리가 치밀하게 준비한 듯한 이번 출구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역시 병치레를 이유로 사임을 밝혔던 1차 집권 때는 중도에 도망치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이번에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언어로 사임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한 것이 '잘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호간비키'(判官贔屓)라는 일본인의 습성이 발동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비극적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헤이안(平安)시대~가마쿠라(鎌倉) 시대 초기의 무장인 미나모토 요시쓰네(源義警, 1159~1189)와 연관된 표현인 호간비키는 약자를 무작정 동정하는 심리를 말한다.
TBS 뉴스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즈미 신이치로 아나운서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사임 발표 후 급등한 것에 대해 "일본인이 조금 호간비키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놀라운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埼玉)대 교수(정치의식론)는 "사임 이유가 지병이어서 일반인들 사이에 '고생했다'는 인식이 퍼졌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 사임 표명 후 급상승한 지지율은 아베 내각의 온전한 계승을 내세우며 후임자로 나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제2차 아베 내각에서 7년 8개월간 줄곧 아베의 복심으로 활약해온 스가는 오는 14일 소속 의원과 일반 당원 대표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자민당 총재 자리를 꿰차 아베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스가 내각이 출범할 경우 지금 분위기를 이어받아 지지율이 고공 상태에서 출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아베 집권기에 잠복한 수많은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면서 거품 낀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금방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쓰모토 교수는 그런 상황이라면 자민당 내에서 "역시 아베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베 총리의 3번째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그렇다면 아베의 총리 복귀는 불가능할 얘기일까? 일본에선 대를 건너뛰어 3번 이상 총리를 지낸 인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4차례)와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3차례)가 있는 등 재재 등판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아베는 이번에 사임하지 않았다면 자민당 총재 3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길게 가도 내년 9월에는 물러나야 했다.
아베의 나이는 올해 65세로 후임으로 찍은 스가 관방장관보다 6살 젊고, 자민당 내의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1) 간사장보다는 무려 16살이나 어리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미래에 얼마든 정치를 더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우파 성향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버티고 있다.
아베는 이번에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의원직은 유지하겠다고 천명해 놓은 상태다.
그 말이 의미심장하다.
일단 봉추(鳳雛·잠재적 주자)로 몸을 낮췄다가 때가 되면 다시 날개를 펴겠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그는 1차 집권 때도 물러나면서 정계은퇴를 안 했다가 2012년 12월 재집권해 연속 최장기 집권 기록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