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에서 박쥐가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잇따르면서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센터에서 신고를 받고 구조한 박쥐는 모두 8마리다.

이들 박쥐는 대부분 아파트 방충망에 장시간 붙어있다가 센터 직원들에게 포획돼 보호소로 옮겨졌다.

8마리 중 6마리는 자연으로 돌아갔고 2마리는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남동구 4건, 서구 2건, 계양구와 미추홀구 각 1건이었다.

센터는 직접적인 구조가 필요한 신고는 8건이었지만, 박쥐 목격에 따른 단순 문의 전화도 많았던 만큼 집계되지 않은 목격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인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방충망에 박쥐가 붙어있다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박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1차 숙주로 알려진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감염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박쥐를 매개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정철운 한국박쥐생태보전연구소 박사는 "국내에서 박쥐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나온 적이 없다"며 "1960∼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박쥐가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고 직접 접촉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서식 박쥐들은 모기와 같은 해충을 잡아먹어 오히려 이로운 동물로 볼 수 있다"며 "박쥐 분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쥐의 출현 빈도가 잦아진 것에 대해선 날씨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 박사는 "올여름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뒤 박쥐들의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다 보니 목격 사례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개발로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박쥐도 숲 대신 고층 아파트 방충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루 이틀 기력을 회복하면 다시 날아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