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섭은 1943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해주미술학교 교사로 일하다 6·25전쟁 때 월남했다. 추상성을 띤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해방 이후 공산정권에서 선정한 5인의 황해도 미술가에 포함됐을 정도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도 탁월했다. 이번 경매는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그의 사실주의적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금강산 팔선녀’는 8명의 여인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현실처럼 그린 작품. 하얀 속옷 차림으로 몸을 닦고 머리를 매만지는 여인들이 현실의 인물처럼 생생하다. 추정가 1억2000만~2억5000만원. ‘선녀와 나무꾼’은 두 아이를 안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선녀와 팔을 허공에 뻗어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무꾼, 폭포가 흘러내리는 계곡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추정가 1억~2억원.
이번 경매에는 이들 작품을 포함해 총 152점, 122억원어치가 출품된다.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인 1982년작 ‘바람으로부터 No.82604’(8억~12억원)를 비롯한 이우환의 작품 7점, 국민화가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노상’(7억5000만~8억5000만원), 천경자의 1990년작 ‘분홍 브라우스의 여인’(6억~8억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3점 등이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이달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