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3조원 이상 불어났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을 주고, 전셋값 상승폭에 제한을 두는 임대차 제도 개편으로 수도권 전셋값이 대폭 오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97조1303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조747억원 늘었다. 전월 대비 증가액과 증가율(3.3%)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선 16조6771억원 불었다.

최근의 가파른 대출 잔액 증가세는 전세 거래량 증가보다는 전셋값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통적 전세 비수기인 7~8월에 전세 대출액이 크게 늘어난 건 이례적”이라며 “지난달엔 특히 태풍 등의 여파로 전세 계약 건수가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총 6100여 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적었다. 7월 계약 건수(1만1600건)도 매월 1만5000건가량의 계약이 이뤄졌던 올 1~4월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전셋값은 빠르게 뛰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셋값은 전월 대비 0.52% 증가해 6월(0.27%)과 7월(0.44%) 증가율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수도권 전셋값 상승폭은 0.76%에 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계약은 줄고 있지만 전셋값이 빠르게 뛰면서 개별 대출 금액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