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재기에…"중국행 항공권 한국서 못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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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 11개 노선 티켓 내달까지 동나
中 지방정부 운항 재개 빌미로
선납좌석 '하드블록' 대거 요구
中 여행사가 관시 업고 독차지
中, 美·유럽 직항길 막혀 韓경유
7월 인천공항 환승률 연초 두배
中 지방정부 운항 재개 빌미로
선납좌석 '하드블록' 대거 요구
中 여행사가 관시 업고 독차지
中, 美·유럽 직항길 막혀 韓경유
7월 인천공항 환승률 연초 두배
중국행 항공권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에 입국하려는 기업인과 교민이 늘고 있지만 표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의 ‘사재기’로 국내 항공권 공급량이 줄면서 시장이 왜곡된 영향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의 운항 재개를 얻어내는 대가로 현지 여행사 등에 항공권을 대거 미리 넘기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경제신문이 7개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행 항공권(편도 기준) 구입을 문의한 결과 6개 항공사에서 예약이 다음달 말까지 모두 마감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주 목요일 제주~시안을 오가는 진에어의 좌석만 예약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8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좌석만 남아 있었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는 예약 대기순번도 주지 않았다. 예매 담당자들은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구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현지 여행사나 예약대행사 사이트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예약대행사인 트립닷컴에선 오는 24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청두 편도 항공권이 156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트립닷컴에서라도 표를 구입했다면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중국 여행사들은 대부분의 항공권을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중 항공권은 암암리에 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현지 여행사가 항공권 좌석을 사전에 대량 매입하는 ‘하드블록’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며 “국내에서 항공권 품귀 현상이 극심해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인천공항의 환승률(국제선 승객 수 대비 환승객 비율)은 31.4%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1월(12.1%)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한 승객이 제3국으로 향할 때 무비자로 인천공항을 경유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중 직항 항공편이 재개되지 않는 한 중국 현지의 한~중 항공권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대거 사들일 수 있었던 건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관계)’와 관련이 있다. 노선 운항 재개는 항공당국인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정부인 각 성(省)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확인증도 받아야 한다.
통상 항공당국과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승인을 내주는 대가로 관시로 연결된 현지 여행사 등에 하드블록을 대거 제공할 것을 국내 항공사들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과의 노선 운항을 본격 재개한 몇몇 국내 항공사는 하드블록 비중이 전체 좌석의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좌석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만 국내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중 노선의 좌석 수요가 공급을 웃돌게 되자 ‘갑을 관계’는 역전됐다. 통상 항공사들은 현지 여행사에 하드블록을 내줄 때 정가보다 최소 10% 이상 싼 가격에 제공한다. 중국행 항공권 가격이 열 배 이상 급등해도 항공사는 정작 그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현금 확보가 급한 상황에서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시장 왜곡에 따른 항공권 품귀와 가격 폭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국내 항공사들이 일부 여행사에 표를 밀어주면서 일반 승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행 항공권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의 운항 재개를 얻어내는 대가로 현지 여행사 등에 항공권을 대거 미리 넘기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예약 불가능한 中 항공권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중국 노선은 총 11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세 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 5개 저비용항공사(LCC)가 각 한 개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대부분 주 1회다.한국경제신문이 7개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행 항공권(편도 기준) 구입을 문의한 결과 6개 항공사에서 예약이 다음달 말까지 모두 마감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주 목요일 제주~시안을 오가는 진에어의 좌석만 예약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8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좌석만 남아 있었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는 예약 대기순번도 주지 않았다. 예매 담당자들은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구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현지 여행사나 예약대행사 사이트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예약대행사인 트립닷컴에선 오는 24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청두 편도 항공권이 156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트립닷컴에서라도 표를 구입했다면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중국 여행사들은 대부분의 항공권을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중 항공권은 암암리에 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현지 여행사가 항공권 좌석을 사전에 대량 매입하는 ‘하드블록’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며 “국내에서 항공권 품귀 현상이 극심해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韓 경유하는 중국인 수요↑
중국 여행사 등이 표를 사재기하는 이유는 중국 현지에서 한~중 항공권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됐다. 그렇다 보니 중국에서 미국·유럽을 오갈 때 한국을 경유지로 선택하는 중국인들이 늘었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인천공항의 환승률(국제선 승객 수 대비 환승객 비율)은 31.4%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1월(12.1%)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한 승객이 제3국으로 향할 때 무비자로 인천공항을 경유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중 직항 항공편이 재개되지 않는 한 중국 현지의 한~중 항공권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대거 사들일 수 있었던 건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관계)’와 관련이 있다. 노선 운항 재개는 항공당국인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정부인 각 성(省)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확인증도 받아야 한다.
통상 항공당국과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승인을 내주는 대가로 관시로 연결된 현지 여행사 등에 하드블록을 대거 제공할 것을 국내 항공사들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과의 노선 운항을 본격 재개한 몇몇 국내 항공사는 하드블록 비중이 전체 좌석의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좌석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만 국내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항공사도 하드블록 ‘속앓이’
항공사들은 중국 측의 지나친 하드블록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상 하드블록은 항공사보다 여행사에 불리한 구조다. 여행사에 항공권을 미리 판매한 항공사들은 빈 좌석 걱정 없이 운항할 수 있다.코로나19 사태로 한~중 노선의 좌석 수요가 공급을 웃돌게 되자 ‘갑을 관계’는 역전됐다. 통상 항공사들은 현지 여행사에 하드블록을 내줄 때 정가보다 최소 10% 이상 싼 가격에 제공한다. 중국행 항공권 가격이 열 배 이상 급등해도 항공사는 정작 그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현금 확보가 급한 상황에서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시장 왜곡에 따른 항공권 품귀와 가격 폭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국내 항공사들이 일부 여행사에 표를 밀어주면서 일반 승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행 항공권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