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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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현실판 토니 스타크.”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일대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에 한 주주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의 주인공 이름이다. 이 네티즌은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 테슬라 주식 100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다 잃어도 좋으니 좋은 일에 써 주십시오.”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투자자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론 이들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곱버스(곱하기+인버스)’와 테마주에 뛰어드는 불개미가 되는가 하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좇는 회사에 큰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식투자자 1만2757명(2030세대 5757명, 4060세대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2030세대 투자자들의 특징이 기존의 주류였던 4060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빚투'와 '레버리지' 사이

사회에 나와 보니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어떤 것인지를 느낀다. 저축을 하려고 보니 금리는 아무리 높아야 연 2%대다. 이대로는 평생 내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겠다 싶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이어 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대기업 5년차 직장인 문현주 씨(31)는 2%대 금리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3000만원은 공모주에, 1000만원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쓴다. 테슬라가 액면분할을 하기 전 투자해 8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문씨는 “‘머스크 덕후’는 아니지만, 테슬라에 열광하는 글로벌 2030세대 주주들의 믿음을 보고 주식을 샀다”고 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선 위험은 기꺼이 감수한다. 2030세대의 58%는 스스로 위험중립·적극투자·공격투자형 투자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4060세대는 57%가 안정형·안정추구형을 택했다.

'팬덤'이 곧 투자가 된다

2000년대 ‘셀트리온으로 노후 준비하기’가 유행했다. 2020년 트렌드는 ‘테슬라로 노후 준비하기’다. 테슬라 주주들은 엄청난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믿음이 종교적 수준이라고 해 테슬라 주주를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테슬라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전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돈이 몰리는 데도 이들 2030세대가 한몫했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4차 산업혁명(32%)과 바이오(26%)다. 정보기술(IT) 기기와 플랫폼, 자율주행차를 가장 잘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3월 주가 폭락 이후 국내에서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산업이, 미국에서는 나스닥 대형 기술주가 급등하는 데 밀레니얼 투자자들이 기여했다.

정보가 된다면 어디든

2030세대는 ‘유튜브 세대’다. 하지만 투자할 때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다. 응답자들은 신문·방송 등 뉴스(30%), 주변 지인(20%), 재무제표 및 공시(18%), 유튜브 등 인터넷 플랫폼(15%)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진지하게 투자에 임하는 2030세대도 늘어났다. 주식을 시작한 뒤 모든 뉴스가 ‘내 이야기’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지헌 씨(32)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중간에 신문과 뉴스를 챙겨보고, 유튜브를 통해 기술적 분석법을 공부하며, 전자공시도 꼼꼼하게 챙긴다.

근로소득만으론 답 없어

이들이 투자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목돈 벌어서 “아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보자”는 ‘미래 지향형’부터 여행이나 성형수술 같은 ‘나를 위한 투자형’, 이익을 실현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술 한잔 사 주는 ‘품위 유지형’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비슷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증식이나 계층이동이 불가능하다’(33%)고 판단했다.

주식 투자가 2030세대에게 남은 마지막 자산 증식 수단이라는 의견에 7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은행에 근무하는 김지수 씨(27)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버린 부동산 가격, 0%대 예·적금금리로 주식 이외의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취업 이후 처음이다. 주식 투자가 바꿔놓은 심리상태다. 근무 시간 틈틈이 주식 창을 들여다보고, 주말이 되면 장을 보지 못해 우울해진다. 밤낮으로 즐기기 위해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은 ‘불확실성’을 즐기기도 한다. 주가가 늘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기대감을 품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업무 중간중간 들여다볼 수 있는 게임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 다마고치를 키웠던 것처럼 근무 시간 틈틈이 모바일거래시스템(MTS) 화면을 보며 기업들을 하나씩 키우는 느낌”이라고 한 젊은 투자자는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인 박지선 씨(29)에게도 주식 투자의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지난 3월부터 원치 않는 휴직상태다. 지인이 추천한 진단키트 테마주로 주식에 발을 들였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투자금은 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매월 300만원 넘게 벌고 있다. 하루 12시간 투자 모드다. 장이 끝나면 장외 거래를, 밤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내일의 투자를 준비한다. 처음에는 투자를 말리던 부모님도 이제는 그에게 투자금을 맡겼다. 박씨는 말했다.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좋은 건 우울한 일상에 활력소를 얻었다는 것이다.”

고재연/전범진/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