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식시장 흔들…돈 벌 기회 왔다"
“최근 ‘개미군단’이라고 표현되는 젊은 연령층의 소액투자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이 예상되는 기업 주식을 사되 단기 변동에 지나치게 집착해선 안 된다.” 최근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1989년 4월 당시 김원호 한신증권(한국투자증권의 전신) 이사가 한 언론에 게재한 글 중 일부 내용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젊은 투자자들이 태동하던 때다.

한국 경제가 주요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2030세대는 주식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증시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산업의 태동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는 ‘닷컴버블’의 주역이 됐다. 이들은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기술주에 더욱 열광했다. 1999년 31세였던 한 증권사 대리가 그해 9월 새롬기술 주식을 주당 7000원에 1억원어치를 샀다가 3개월 만에 주가가 폭등하며 평가액이 26억원을 넘겼다는 인터뷰 내용은 당시 2030세대의 주식 투자 광풍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닷컴버블은 증시 전체로 보면 과열에 따른 ‘상흔’을 남겼지만 2030세대엔 새로운 기회가 됐던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2064에서 2008년 10월 938까지 급락했다. 이 기간에도 2030세대는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2030세대는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의 성과를 누리기 위해 2030세대가 주식 투자에 나섰다면 이번엔 초저금리에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식시장이 2030세대에 유일한 투자처로 인식됐다는 점이 다르다.

관세사인 신모씨(33)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주식 투자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저금리에 부동산에도 투자할 돈이 없는 상황에서 주식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가난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20대의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7243억원이다. 3000억원가량이던 2018년 말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중 절반가량도 2030세대에 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