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가 바꿔 놓은 산업지형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는 모양새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충격을 경험 중이다. 대내외 불확실성만큼이나 우리 경제산업 전반도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은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우리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여파 속에서도 산업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살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산업 변화로는 우선 비대면 산업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나타난 변화 중 대면 활동의 위축은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소위 FANGMAN(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래픽 처리장치에서 자율주행차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인 엔비디아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8월 말 시가총액은 작년 말 대비 각각 129%, 65% 증가했다. 나머지 기업 모두 시가총액 글로벌 6위 이내에 포진해 있으며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27%에 육박한다.

기존 전통산업의 쇠퇴와 친환경 산업의 부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기차, 수소차, 그린에너지, 자원재활용 산업이 약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시가총액 1위가 도요타에서 미국의 친환경 전기차 기업 테슬라로 바뀌었다. 과거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금융과 제조업의 전통적 기업들은 글로벌 100대 기업 순위에서 멀어지는 모습이 확연하다.

국내에서도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이른바 BBIG로 일컫는 신산업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중심에 우뚝 섰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카카오 등은 이미 자동차, 정유, 철강 등 주력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를 끌어내리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자리잡고 있다. 기존 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IT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의 연속성, 비용 절감, 복원력을 경험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원격수업 등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직업군과 근로 형태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적인 사업에 안주하거나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과 개인들은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격·유연 근무와 같은 형태의 스마트 워크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화 진전에 따라 노동력 감소와 함께 핵심 인재의 부족, 긱(Gig) 이코노미의 확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감소 등이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환경은 이전과 다를 것이 자명하다. 변화를 선점하고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선 산업 체질 개선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 대응해 순발력과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고급인재 양성 및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기존산업과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노동유연성과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