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과 빌라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과 빌라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주택(빌라)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급등한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젊은 층이 몰리면서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전셋값 상승률은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달 0.11% 올랐다. 2018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월 상승률이다.

서울 오피스텔 전셋값도 지난달 0.14% 올랐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전세 가격은 1억9980만원으로 2억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빌라 전셋값도 강세여서 지난달 전국 기준 0.08%, 서울은 0.18% 상승했다.

국내 5대 은행의 비(非)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69조6041억원으로 석 달 전인 5월 말에 비해 8.97%(5조7312억원) 늘어났다.

빌라·오피스텔마저…'역세권' 당산·문정동 전셋값 수천만원 급등

내년 결혼을 앞두고 오피스텔 전세를 찾던 김모씨(31)는 한 달 새 1000만원 이상 오른 전셋값을 보고 서둘러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S오피스텔 전용 28㎡(투룸) 계약을 마쳤다. 김씨는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아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는데 이곳마저 오르고 있다”면서 “지금 이 오피스텔 전셋값 3억3000만원으로 불과 3~4개월 전에는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며 울분을 삼켰다. 당산역 인근 ‘양평현대 6차’ 아파트 전용 59㎡의 전셋값은 불과 3개월 새 3억8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신혼부부 "전셋값 기가 막혀"

치솟는 오피스텔·빌라 전셋값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텔 밀집지역인 송파구 문정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의 평균 전셋값은 연초 대비 1000만~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단지에 따라 1억원 가까이 오른 곳도 있었다.

당산동 ‘데시앙루브’ 전용 28㎡ 전셋값은 지난 1월 2억1000만원에서 8월 2억3000만원으로 2000만원 상승했다. 인근 ‘당산 삼성쉐르빌’ 전용 23㎡도 1월(1억9080만원) 대비 약 2000만원 오른 2억1000만원에 최근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마곡동 ‘힐스테이트에코마곡’ 전용 31㎡는 4월 2억94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3000만원 오른 2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당산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아파트 시장에서 밀린 젊은 층이 대체재인 오피스텔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세대·연립주택(빌라)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역세권 전용 36㎡ ‘뷰테라스’는 3월 2억65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2억7500만원에 계약됐다. 봉천동 ‘사당리치빌’ 전용 27㎡도 7월 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3월(2억9400만원) 대비 상승했다. 봉천동 H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를 알아보던 신혼부부들이 가격 부담에 빌라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역세권은 물론이고 버스 환승이라도 되는 곳이면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동작구 노량진동 빌라도 올초 대비 전셋값이 2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노량진동의 전용 41㎡짜리 한 빌라는 지난해 1억2000만원에 계약됐으나 올 8월 1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동작동 L공인 관계자는 “내년 7월 시작되는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빌라 전세로까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깡통전세’ 위험도 커졌다

오피스텔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곳도 나오고 있다. 당산동 데시앙루브 전용 28㎡는 지난달 28일 2억700만원에 매매 거래됐는데 같은 달 12일 2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2300만원 높게 거래된 것이다. 문정동 ‘프라비다옥토’ 전용 18㎡는 7월 초 1억4850만원에 팔렸는데 같은 달 25일 1억8000만원에 전세가 나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오피스텔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83.62%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아파트보다 오피스텔이나 빌라 가격이 먼저 하락한다”며 “전셋값과 매매가 격차가 지나치게 좁혀지면 반전세 전환 등으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정소람/정연일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