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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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고용 악화가 거세지는 가운데에서도 충청·호남 지역 일자리는 오히려 작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원, 제주 등은 고용률이 전국 주요 시도 중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이 같은 일자리 상황은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로 이어졌다. 충남·호남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여전히 '잘한다'는 답이 50%를 넘어서는 등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강원과 제주의 국정 불만은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대구·경북 지역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8월 고용동향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최근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확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자식 문제 등이 주요 사안으로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결국 국정 지지율을 결정하는 키포인트는 일자리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일자리 상황을 좌우한 것은 정부발 호재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호남·충청권 '정부발 호재'에
고용도, 정부 지지율도 고공행진

8월 시도별 고용률 전년 대비 증감율.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8월 시도별 고용률 전년 대비 증감율.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호남과 충청권 시도 6곳 중 4곳은 오히려 1년전보다 개선됐다. 전북이 1.3%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세종(0.9%포인트), 전남(0.8%포인트), 대전 (0.2%포인트), 충남 (0%포인트), 충북 (-0.2%포인트)로 고용률 상위권은 호남권과 충청권이 싹슬이했다. 호남권에서는 광주만 -0.9%포인트로 하락하긴 했지만 이 역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아 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다.

반면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숙박 및 음식점업이 대거 포진된 강원의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로 낙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경기 (-2.1%포인트), 제주 (-1.4%포인트), 부산 (-1.2%포인트), 울산 (-1.1%포인트), 서울 (-1%포인트) 순으로 고용 시장 타격이 심했다.

호남과 충청권의 고용 지표 개선은 정부발 호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권에서는 석유화학업계가 2018년부터 5년간 여수 산업단지에 14조여원을 투자하는 등 투자가 비교적 활기를 띄었다. 당시 투자협약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투자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충청지역은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논의 카드를 꺼내든 효과가 컸다. 충청권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고용 시장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세종시의 산업별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9%나 늘었다. 전국적으로 건설업이 악화된 가운데 충청권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면서 대전에서 건설업 취업자수만 전년 대비 21.6%나 증가했다. 충북 오창에 방사광가속기 등을 유치하는 효과도 충청권 경기에 활력을 넣고 있는 분위기다.

호남·충청 외 文 부정 우세
…'민심 돌아섰다'

2020년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문재인 대통령 지역별 국정 지지도. 빨간색이 부정 평가, 회색이 긍정 평가. 호남권과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부정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2020년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문재인 대통령 지역별 국정 지지도. 빨간색이 부정 평가, 회색이 긍정 평가. 호남권과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부정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이번 고용 지표에서 상승세를 보였던 호남권과 충청권은 '유이'하게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한 지역이다.

호남권에 해당하는 광주/전라는 문재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68%에 달했다. 호남에서는 최근에는 여수국가산단을 거점으로 광양만권 산단을 대개조해 화학·철강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하기로 하면서 경기 호재가 지속될 분위기다. 2024년까지 52개 신규사업과 16개 연계사업이 정부와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은 대표적인 스윙보터(Swing-voter, 부동층 유권자) 지역으로 항상 민심을 종잡기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꼽혀왔는데, 행정 수도 이전 논의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충청권에서는 대통령 부정 평가가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긍정 평가가 50% 안팎으로 오르며 부정 평가를 앞서고 있다.
2019년 8월 2주차와 2020년 8월·9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지역별 국정 지지도. 빨강간색이 부정 평가, 회색이 긍정 평가. 호남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년 대비 부정 평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2019년 8월 2주차와 2020년 8월·9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지역별 국정 지지도. 빨강간색이 부정 평가, 회색이 긍정 평가. 호남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년 대비 부정 평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반면 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나머지 지역에서는 민심이 돌아선 모습이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제주의 전환세가 뚜렷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월 2주만 해도 긍정과 부정 비율이 동일했을 정도로 팽팽했으나, 올해 8월부터는 55%대 42%로 부정 비율이 높아졌다. 경기/인천은 지난달 51%까지 부정 평가가 오르다 최근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다시 부정 평가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광업 타격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직격타를 입은 강원의 경우, 부정 평가가 최근 64%까지 증가했다. 제주도 지난해에는 긍정 응답자가 소폭 앞섰으나 최근 들어서는 61% 대 39% 비율로 부정 응답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 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도 대구/경북은 긍정 비율이 소폭 높았으나, 3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경제적 타격이 지속되면서 부정 비율이 58%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불경기 장기화에 경제발 지역주의 우려↑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호남과 충청과 같이 특별한 호재가 있지 않는 이상, 불경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앞으로 경제발 지역주의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먹고 사는 생계가 달린 문제로 지역주의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정치이념적 지역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실제 8월부터 지금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국론 분열/갈등'을 꼽은 사람은 3~4%로 늘어나고 있다. 이 수치는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 당시에도 1%에 불과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지지율 변화는 (정부의 정책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나쁜데도 이념·정당적 충성심을 보이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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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최근 경제발 지역주의가 문 정부가 코로나19 전부터 쌓아온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적 타격이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상승과 52시간제 도입 등이 고용 위축을 가중시킨 주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지난달 당정이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등 현 시국에 맞지 않는 정책을 계속 내놓으며 정부가 불경기를 키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 7일 닛케이아시안리뷰도 "한국인이 2020년에 기대한 건 1990년대로 갑작스레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며 "'문워크'라 불리는 (문 정부의) 구조적 개혁은 한국의 빠른 불경기라는 부메랑이 되서 돌아왔다"고 그간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워크는 지난 2018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뒷걸음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유한 표현이다.

신 교수는 "지금은 어떻게든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경기도 살고 일자리가 생기는데 현 정부는 규제를 풀어야할 시점에 오히려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남은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별 경기 편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주의는 앞으로 더 극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