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자산운용이 KDB생명의 매각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 상실했다. KDB생명 매각의 걸림돌이던 칸서스운용의 반대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하던 매각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PEF)의 운용사인 산업은행과 출자사(국민연금, 코리안리,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등)들은 최근 사원총회를 열어 칸서스운용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결의했다. 칸서스운용은 10년 전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산은과 함께 인수했다. KDB생명 지분 2.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산은이나 다른 출자사보다 낮지만 펀드의 공동운영사로 KDB생명 매각을 반대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산은은 KDB생명 매각에 적극적이다. 이동걸 회장이 나서서 주요 금융그룹 회장에게 인수 의사를 직접 타진하기도 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 2000억원까지 낮은 가격도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진행된 매각에서 국내 중견 PEF인 JC파트너스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6월 선정됐다. KDB생명의 기존 주식을 2000억원에 인수하되 산은이 JC파트너스가 인수하는 펀드에 1000억원을 후순위로 다시 출자하고 우리은행이 차순위로, 이외 다른 출자사들이 선순위로 각각 참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칸서스운용의 반대로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칸서스운용은 KDB생명의 매각가격이 장부가격보다 크게 낮으면 대규모 투자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자 산은을 중심으로 칸서스운용의 비토권을 무력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펀드 운용사와 출자사들이 펀드 정관을 바꾸게 된 배경이다.

한 고비를 넘긴 만큼 JC파트너스의 출자자 모집 작업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JC파트너스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KDB생명에 대한 추가 증자, 새로운 비전 제시 등 다양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