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14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의 추천권을 지닌 교섭단체가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대신해 위원을 임명하거나 위촉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 의원은 “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는데도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권을 가진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공수처장 임명과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스스로 현행법상의 위원 추천 의무를 게을리 해 입법부 권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므로 보완 입법이 불가피하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법안에는 국회의장이 서면으로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 기간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교섭단체가 있으면 국회의장은 해당 교섭단체의 추천 대신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공수처장추천위원으로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다.

백 의원은 이와 함께 공수처장추천위가 소집되더라도 추천 절차가 미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원회 소집 후 30일 안에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의결을 마치도록 했다. 이 기간 안에 의결이 어려운 경우 한 번에 한해 위원회 의결을 거쳐 10일 이내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같은 당 박범계·김용민 의원 등도 공수처장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이들의 추천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이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법 개정보다는 야당과의 타협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야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특별감찰관 추천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안한다”며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률안을 위법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압박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