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대비 0.07%는 3만5천명…오늘 0시 기준 누적확진자 2만2천285명
전문가들 "조사 시기도 수도권 유행 전이고 숫자도 적어 한계 명확"
집단면역 실험 스웨덴 스톡홀름 7.3%…뉴욕 24.7%, 런던 17% 등


국내에서 두차례 시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형성률 조사 결과가 모두 0.1% 미만으로 나타나면서 통계상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가 많지 않다는 점은 재입증됐다.

이는 집단면역 실험에 나섰던 스웨덴을 비롯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한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조사 방법과 대상 등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2차 코로나19 항체가(抗體價) 조사만 놓고 보더라도 대상 표본이 너무 적고, 또 최근 급격히 확산한 수도권의 유행 상황은 반영하지 못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방역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항체형성률 0.07%, 1만3천명 숨은 감염자?…"일반화하기엔 한계"
◇ 항체 형성률 0.1% 미만…"검사방법 따라 결과 달라"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일반 국민 1천440명을 대상으로 2차 항체검사를 한 결과 단 1명에게서만 항체가 발견됐다.

항체 형성률은 0.07%다.

앞서 3천55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도 단 1명한테만 항체가 확인돼 항체 형성률은 0.03%에 그쳤다.

항체는 감염병을 앓고 난 뒤 생기는 일종의 '면역의 증거'로, 항체 형성률이 낮다는 것은 방역을 잘했다는 뜻인 동시에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구조적으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만큼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람간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감염 확산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사 시기와 검사법에 차이는 있지만, 항체 형성률만 놓고 해외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항체 형성률을 보면 스웨덴의 경우 5월 발표 기준으로 스톡홀름은 7.3%, 그 밖의 지역은 3∼4% 수준을 보였다.

미국 뉴욕시는 4월 24.7%라고 발표한 바 있고, 영국 런던은 5월 항체 형성률이 17%라고 공개했다.

이 밖에 스페인 6.3%, 벨기에 6%, 덴마크 1.7%, 일본 도쿄 0.1% 등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해외보다 국내 항체 형성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전반적인 경향을 보면 신속검사법으로 (조사를) 할 경우 양성률이 조금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중화항체법을 이용하면 방어력까지 있는 항체를 검사하기 때문에 (양성률이) 조금 더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앞선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모든 항체에 대해 검사를 한 뒤 이 항체가 실제 방어력이 있는 '중화 항체'인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항체형성률 0.07%, 1만3천명 숨은 감염자?…"일반화하기엔 한계"
항체형성률 0.07%, 1만3천명 숨은 감염자?…"일반화하기엔 한계"
◇ 조사 대상 1천400여명에 불과…"수도권 유행상황도 반영 못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대상이 1천400여명 수준으로 적어 국내 전체 유행 상황을 진단하는 지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조사를 하는 목적은 무증상이나 검사를 안 받은 실제 환자의 유병률을 확인하자는 건데 조사 대상 수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의 유행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이 24%까지 치솟은 수도권의 유행은 8월 14일 이후 본격화했는데 이번 조사는 그 직전인 13일까지 수집한 검체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수도권 유행 상황이 반영될 향후 추가 조사에서는 항체 형성률이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조사는 수도권 유행 전에 시행된 것이어서 2차 유행 때 (전파 양상이) 어떻게 됐는지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역시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대구·경산 지역과 군입대 장정, 수도권 요양시설·병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양성률이 낮은 것은 표본 크기가 크지 않고, 8∼9월의 수도권 유행을 볼 수 있는 시기의 검체가 아니었다는 한계가 있다"며 "검체는 좀 더 대표성 있게, 또 유행을 반영할 수 있는 검체 채취시기 등을 고려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항체형성률 0.07%, 1만3천명 숨은 감염자?…"일반화하기엔 한계"
◇ 인구 대비 0.07%는 약 3만5천명, 통계상 '숨은 감염자' 1만3천명 추정…"일반화하기 어려워"
방역당국은 이번 항체 형성률을 두고 전체 감염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잡고 이번 2차 조사의 항체 형성률(0.07%)을 곱하면 약 3만5천명이 되는 만큼 이날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2만2천285명을 제외한 나머지 1만2천715명은 '숨은 감염자'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정 본부장은 숨은 감염자가 약 1만3천명에 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조사는) 1천500명 정도를 조사한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나 감염률 규모를 볼 때 실제 잠복감염 또는 무증상 감염률을 찾기에는 검사 숫자가 적어 일반화하기는 조금 한계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방대본은 앞선 대구 의료기관의 조사에서 항체 형성률이 7.6%로 나타나 이번 조사와 큰 차이를 보인 이유에 대해서는 검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과 경북대병원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의료기관을 찾은 198명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한 결과 7.6%에 해당하는 15명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대구 조사는) 신속진단키트로 항체 검사를 한 결과로, 간이검사를 이용했기 때문에 차이가 상당수 있다"며 "당시 연구자들도 '(간이검사) 시약이 양성·음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교차 반응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검사 대상도 대구 경산지역이라는 유행지역의 병원을 방문한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대본의 2차 조사 대상을 보면 대구지역 주민이 포함됐으나 전체의 10.1% 수준인 145명에 불과했다.

1차 조사 당시엔 대구지역 주민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 이외의 지역별 조사 대상은 경기 29.4%(424명), 서울 16.6%(239명), 경남 9.2%(132건), 대전 7.2%(104건), 인천 6.4%(93건), 광주 5.76%(83건)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