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업계 업황 '뉴노말'…제품가격·업황 따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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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에서 파생된 정유·화학 업황
코로나 발생 이후 엇갈린 흐름
정유사들, 하반기에도 최악 상황
이동량 줄자 경유·항공유 수요 ‘뚝’
ABS·PVC 등 화학제품 가격은 껑충
집콕족 증가로 가전·인테리어 판매↑
화학사들 3분기 ‘깜짝실적’ 기대
코로나 발생 이후 엇갈린 흐름
정유사들, 하반기에도 최악 상황
이동량 줄자 경유·항공유 수요 ‘뚝’
ABS·PVC 등 화학제품 가격은 껑충
집콕족 증가로 가전·인테리어 판매↑
화학사들 3분기 ‘깜짝실적’ 기대
2010년대 초반 국내 증시에선 자동차, 화학, 정유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뛰었다. 업황이 동시에 좋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들 산업을 ‘차·화·정’으로 불렀다. 차·화·정은 업황 사이클이 비슷했다. 특히 석유에서 파생된 화학과 정유 산업은 ‘한몸’ 처럼 움직였다. 기름값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이익도 늘었다. 기름값이 내리면 실적은 부진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런 흐름이 깨졌다.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낸 정유 산업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기미가 없다. 반면, 화학 산업은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 정유, 화학 산업 업황이 따로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 ‘뉴노멀’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S-Oil 관계자는 “1,2분기 처럼 대규모 적자가 나진 않겠지만 3분기 들어서도 큰 폭의 반등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S-Oil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1조1715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3분기 이익이 날 것이란 기대는 올 2분기 워낙 싸게 들여온 기름 덕분이다. 배럴당 30달러 수준에 수입한 것이 현재 40달러 안팎이다. 이 기름은 올 3분기 재고 평가이익으로 잡힌다. 장사를 잘 해서가 아니라, 회계적 이익이 많다는 얘기다.
다른 정유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7,8월 기름값이 다소 회복해 정제 마진이 개선됐으나, 9월 들어 다시 역마진 상황”이라고 했다. 제품을 팔 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배럴당 -0.8달러를 기록했다. 지날 8월 첫째주 이후 4주 만에 마이너스로 내려 앉았다. 정제 마진이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정유사가 이익을 낼 수 있다.
조금 오르는 듯했던 제품 가격도 다시 하락세다. 최근 일주일 새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2%대, 등유는 3.6% 떨어졌다. 최근 한 달을 놓고 봐도 등유와 경유는 각각 3~4%대 하락했고, 휘발유만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국내 정유사 매출 비중은 경유, 항공유, 휘발유 순으로 많다. 모두 ‘이동 수요’와 연동한다. 사람이 많이 움직이면 수요가 많아지고 덜 움직이면 수요가 준다.
지난 6~7월부터 유럽, 인도 등에서 일부 봉쇄조치가 해제되자 이동량이 늘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이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국내만 해도 지난달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화됐다. 정유 산업을 분석을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의견 제시를 꺼리고 있다. 좋을 것이 별로 없어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사의 3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품 중 하나가 고부가합성수지(ABS)다. 최근 한 달 새 16.4%나 뛰었다. 코로나19 이전 상황인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20%를 넘는다. 플라스틱 원료인 ABS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에 많이 쓰인다. 코로나19 이후 가전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이 ABS 가격을 끌어 올렸다. 이동량 감소로 줄어든 정유 제품 수요는 화학 제품으로 옮겨갔다.
이런 정유·화학 제품 간 수요 이동은 ABS 뿐만이 아니다. 폴리염화비닐(PVC)도 그렇다. PVC는 섀시, 바닥재 등 인테리어 제품의 주된 소재다. 사람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전 뿐 아니라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쓴다. 그러자 PVC 값이 뛰었다. 최근 한 달 가격 상승률은 8.5%다. 이동량 감소가 PVC 가격을 끌어 올렸다.
여기에 손세정제에 들어가는 아세톤, 마스크 필터 재료인 폴리프로필렌(PP) 등 코로나19 특수를 보는 화학 제품들도 많다. 아세톤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68%가 급등했다.
이 같은 제품가격 상승은 국내 주요 화학사들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LG화학의 올 3분기 증권사들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7월 5000억원대에서, 8월 6000억원대로 뛰었다. 최근에는 “8000억원을 넘길것”(현대차증권)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금호석유의 ‘깜짝 실적’ 분석도 줄을 잇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런 흐름이 깨졌다.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낸 정유 산업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기미가 없다. 반면, 화학 산업은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 정유, 화학 산업 업황이 따로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 ‘뉴노멀’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동량 줄어 정유 수요 급감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올 3분기 손익분기점(BEP)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에서 수익성 관리를 하고 있다.S-Oil 관계자는 “1,2분기 처럼 대규모 적자가 나진 않겠지만 3분기 들어서도 큰 폭의 반등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S-Oil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1조1715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3분기 이익이 날 것이란 기대는 올 2분기 워낙 싸게 들여온 기름 덕분이다. 배럴당 30달러 수준에 수입한 것이 현재 40달러 안팎이다. 이 기름은 올 3분기 재고 평가이익으로 잡힌다. 장사를 잘 해서가 아니라, 회계적 이익이 많다는 얘기다.
다른 정유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7,8월 기름값이 다소 회복해 정제 마진이 개선됐으나, 9월 들어 다시 역마진 상황”이라고 했다. 제품을 팔 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배럴당 -0.8달러를 기록했다. 지날 8월 첫째주 이후 4주 만에 마이너스로 내려 앉았다. 정제 마진이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정유사가 이익을 낼 수 있다.
조금 오르는 듯했던 제품 가격도 다시 하락세다. 최근 일주일 새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2%대, 등유는 3.6% 떨어졌다. 최근 한 달을 놓고 봐도 등유와 경유는 각각 3~4%대 하락했고, 휘발유만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국내 정유사 매출 비중은 경유, 항공유, 휘발유 순으로 많다. 모두 ‘이동 수요’와 연동한다. 사람이 많이 움직이면 수요가 많아지고 덜 움직이면 수요가 준다.
지난 6~7월부터 유럽, 인도 등에서 일부 봉쇄조치가 해제되자 이동량이 늘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이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국내만 해도 지난달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화됐다. 정유 산업을 분석을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의견 제시를 꺼리고 있다. 좋을 것이 별로 없어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사의 3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화학사는 제품가격 상승에 빠른 반등
화학은 정유와 하반기 상황이 전혀 다르다. “3분기 들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업황이 좋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제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품 중 하나가 고부가합성수지(ABS)다. 최근 한 달 새 16.4%나 뛰었다. 코로나19 이전 상황인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20%를 넘는다. 플라스틱 원료인 ABS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에 많이 쓰인다. 코로나19 이후 가전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이 ABS 가격을 끌어 올렸다. 이동량 감소로 줄어든 정유 제품 수요는 화학 제품으로 옮겨갔다.
이런 정유·화학 제품 간 수요 이동은 ABS 뿐만이 아니다. 폴리염화비닐(PVC)도 그렇다. PVC는 섀시, 바닥재 등 인테리어 제품의 주된 소재다. 사람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전 뿐 아니라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쓴다. 그러자 PVC 값이 뛰었다. 최근 한 달 가격 상승률은 8.5%다. 이동량 감소가 PVC 가격을 끌어 올렸다.
여기에 손세정제에 들어가는 아세톤, 마스크 필터 재료인 폴리프로필렌(PP) 등 코로나19 특수를 보는 화학 제품들도 많다. 아세톤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68%가 급등했다.
이 같은 제품가격 상승은 국내 주요 화학사들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LG화학의 올 3분기 증권사들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7월 5000억원대에서, 8월 6000억원대로 뛰었다. 최근에는 “8000억원을 넘길것”(현대차증권)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금호석유의 ‘깜짝 실적’ 분석도 줄을 잇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