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공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 항공업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으로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현금흐름은 최근 크게 개선됐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대한항공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상황이 ‘위기’가 아닌, 다른 항공사를 딛고 올라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15일 2.68% 오른 1만9150원에 장을 마쳤다. 월초에 비해 8.50%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5.05%)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달 들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4억원, 5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2만1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렸다. 지난달에는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높인 건 코로나19 사태가 대한항공에게는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달 화물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70% 정도(미주 운행 기준) 높다. 화물 수요가 줄었지만 여객기 운행이 기존의 10%만 남으면서 이를 통한 화물 운송(밸리카고) 공급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밸리카고는 기존 화물 운송의 40% 정도를 담당해왔는데 이게 거의 사라진 것이다.

대한항공 보유 화물기 수는 23대로 아시아나항공(10대)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는 춘궁기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 435억원에서 최근 1697억원으로 4배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기간 -2047억원에서 -3090억원으로 더 나빠진 것과 대비된다.

대한항공의 잉여현금흐름(FCF)도 좋아졌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 2분기 FCF는 5593억원 유입이었다. 지난 1분기 1576억원 유출에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기간 순유출을 유지(-3409억→-1673억원)한 것에 비해 흐름이 긍정적이다. FCF는 영업이익 등을 통한 현금 유입에서 각종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것으로, 해당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흑자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올해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항공사도 전세계적으로 대한항공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까지 적잖은 수의 항공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춘궁기를 이겨낸 대한항공에게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던 매각 작업이 무산된 게 결정적 원인이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게 되면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에 대한 기대로 지난 7월 말께부터 이달 3일까지 주가가 우상향했다. 그러나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하자 주가가 우하향으로 돌아섰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운행 비행기 수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방점을 둘 것”이라며 “수년 뒤 여객 수요가 회복되도 이를 가져올 수 있을만한 체력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수 축소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