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직업이니 걱정 없다는 것도 옛말입니다. 코로나19 앞에선 장사 없어요."

수도권의 방역 조치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완화됐지만 지난 15일 서초동 법원 앞 거리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수입이 전달보다 20%는 줄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도 비슷했지만 최근엔 사정이 더 어렵다고 했다. 지난 봄에는 대구 등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가 퍼졌다면 지금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전국의 변호사 10명 중 8명은 수도권에서 일한다.

코로나19 여파가 8개월 가량 이어지면서 국내 법률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변호사들이 사무실 등에 원격 커뮤니케이션 설비를 갖추는가 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랜선 영업'에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지방의 상황은 더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로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저렴한 전화상담 비율 20~30% 증가"

변호사 상담은 대면 상담이 기본이었다. 재산 처분이나 형사처벌 등 법적을 문제를 다루다 보니 직접 얼굴을 본 뒤 신뢰관계를 쌓고 얘기를 풀어놓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전화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변호사 상담 비용은 변호사 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서초동의 경우 1시간 상담에 10만~20만원이 일반적이다. 전화 상담은 이보다 20%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왠만큼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확연히 줄었다"면서도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전체 고객 중 전화 상담을 찾는 비율은 오히려 코로나 재확전 전과 대비해 20~30% 가량 많아졌다"고 말했다.

줌·스카이프·웹엑스…원격 회의 갖춰

변호사들도 내외부 비대면 회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강북에 몰려있는 대형 법무법인들은 발빠르게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은 스카이프를 활용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줌과 웹엑스를 주로 사용한다. 구글의 '구글미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팀스'도 인기다.

원격으로 상담한다면 비용도 달라질까? 대답은 '노(NO)'. 변호사 업계는 통상 1시간 단위로 비용을 받는 '타임 차지' 방식이 일반적인데, 기업 고객들을 둔 규모가 큰 법무법인일수록 수임료에는 별 변화가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법무법인의 경우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굵직한 사건들을 상당수 맡고 있다보니 실제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논의하는 경우도 다분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랜선 영업'은 필수…지방선 "양극화 심화" 토로

소규모 법무법인이나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의 형편은 약간 다르다. 우선 저녁 술자리가 사라지면서 고충을 겪는 경우가 늘었다.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코로나 확산으로 막히게 된 것이다.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로톡' '불변' 등 변호사와 의뢰인들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전문지식 상담 서비스 '네이버 엑스퍼트'도 변호사들의 새로운 영업 무대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엑스퍼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약 270명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지난 4월 서비스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법률 상담건수는 총 1만3000건에 달한다.

지방에 있는 변호사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수도권과의 격차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한다. 변호사 서너명 규모의 사무실들은 개인 민사 소송이나 소액 사건 수임 비율이 높아서다. 부산 거제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달 초만 해도 하루에 두 세 건은 있던 개인들의 상담 문의가 요즘엔 한 건도 없는 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