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사람을 고의로 돕지 않았을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놓고 “개인의 도덕성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인의 생명이 위급하거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해 구조가 필요할 때,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가능한 구조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구조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단, 법안에서 규정하는 ‘가능한 구조 행위’는 자신이나 제3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 의원은 “이웃이 각종 위험이나 범죄에 직면했음에도 이를 외면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상당수 국가에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 처벌하는 입법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구조불이행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인명을 존중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법의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개인의 도덕성을 법으로 강제하면 개인의 자유 의지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자 도덕의 범주에 속하는 ‘남을 돕는 행위’에 대해 형법상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남을 돕는 것은 스스로 도덕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행위인데 이런 것은 법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박성중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내놨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에 담긴 ‘구조가 가능할 때’ ‘구조하지 않은 사람’ 등의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법무부에서도 법안의 구성 요건이 명확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