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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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갑질 인사 논란’ 등 여러 의혹에 대해 감사를 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졸속으로 처리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구 사장의 해임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르면 다음주 열리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구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임원 채용과 해임 등 인사에 관한 것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사항이다.

구 사장의 해임 사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구 사장을 감사한 결과 해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두 달여간 감사를 벌여 왔다. 주요 감사 대상은 구 사장의 ‘갑질 인사’ 논란과 고교 동문과 체결한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무협약, 인천공항 개항 20주년 기념 로고 변경 논란 등이다. 구 사장은 지난 6월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A씨를 승진 발탁했다. 이에 직원 B씨가 항의하자 구 사장은 B씨를 직위 해제하고 징계했다. B씨는 청와대 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토부는 구 사장 감사에 들어갔다.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도 논란이 됐다. 공사가 작년 9월 C업체와 협약을 맺었는데 이 업체 대표가 구 사장의 고교 동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업무협약은 백지화됐다. 로고 변경 문제도 있었다. 공사는 내년 인천공항 개항 20주년을 맞아 로고 변경을 추진했다. 로고 변경 자문위원장은 구 사장의 서울대 및 학군단 후배인 D씨가 맡았다.

하지만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글이 게재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폐기됐다.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 사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태풍 ‘미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조기 퇴장한 뒤 그날 저녁 경기 안양 사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공사 직원들은 구 사장의 해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명목상 정규직 직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 발령과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이지만 결국 정규직 전환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법인카드 문제는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 소명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공사 직원의 직위 해제는 인사권 문제”라며 “구 사장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인천=강준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