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한다고?…집부터 잘 지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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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직접 거주시대…하자불만 늘어나
건설사들, 포스트 코로나 염두 첨단기술 도입 발표
"타일, 도배, 층간소음 등 기본부터 잘 지어주길"
건설사들, 포스트 코로나 염두 첨단기술 도입 발표
"타일, 도배, 층간소음 등 기본부터 잘 지어주길"
"이런 하자는 문제 있는 게 아닌가요?"
7년 전 부동산에 처음 출입처를 배치받았을 즈음이었다. 건설사에 문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글쎄요. 기자님이 문제를 제기하셔도 입주민 쪽에서 문제가 아니면 소용이 없는대요", "집값 오르면 하자 얘기는 쏙 들어갈 겁니다"….
부정적인 반응의 이유는 이랬다. 일단 아파트는 다 짓게 되면 소유권이 개별 집주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나의 아파트지만 가구수에 따라 주인은 제각각이 된다. 집집마다 상태가 다르고 집주인에 따라 생각이나 입장도 차이난다. 때문에 아파트의 하자소식이 보도됐을 때,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단지의 입주민인 경우가 많다.
101호에 문제가 있어도 202호에는 문제가 없는데, 싸잡혀서 부실한 아파트가 될 우려가 있어서다. 내 집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웃과 싸움이 날 우려가 있었다. 새 아파트는 집주인만큼이나 세입자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직접 살지 않다가 세입자를 끼고 매도하는 경우, 이른바 갭투자를 하다보니 하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집을 사기도 갖고 있기도 어렵고 팔기도 까다로운 시대가 됐다. 덜렁 하나 있는 집에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고,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잇단 부실공사 및 하자공사 소식을 들으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선 건설사들이 수십년간 지어봤던 아파트의 상태가 일부에서는 안전을 위협할 정도다. "집값 올랐으니 됐다", "팔고 나가면 그만이다"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지 오래인데, 현장에서의 대처는 몇년 전과 다를바 없다.
건설사들은 난색을 표한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하자에도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서다. 하자 수리를 약속했음에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무리하게 추가 요구를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자를 짚어내는 전문업체들까지 가세했다. 과거 건설회사나 관련업체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는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귀신같이 하자를 찾아낸다. 나라에서 공급한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3년간 발생한 하자는 2만4000여건에 달한다는 국회 보고도 나왔다. 타일, 도배, 오배수 등 집의 기본적인 사항에서 하자가 가장 많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건 1930년대부터다. 일제시대 서울 시내에 한 두개씩 들어선 공동주택은 이제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아파트의 역사가 90년이 되다보니 저마다의 괴담(?)들도 있다. 원래 이 자리가 묫자리니 사건·사고가 있던 자리였다 등은 애교수준이다. 쓰레기나 바닷모래와 같이 비상식적인 자재들로 아파트를 지었다는 얘기부터 철근이 빠졌거나 벽이나 바닥이 비어있다는 말까지 있다. 이런 얘기들을 듣다보면 '갑자기 무너지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제 그런 사건들도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리라.)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재계에서는 저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건설사들도 프롭테크 업체들과 협업하거나 로봇을 도입하고 최첨단 보안 및 공기청정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나중에는 가전제품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파트에 별별 기능이 다 들어갈 전망도 나온다.
2020년 9월. 코로나 시대이자 집콕시대에서 우리 아파트는 어떤가. 안전하다는 집에 있지만, 되레 집으로 스트레스는 더 커지지 않았는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이웃간의 층간소음과 차들이 빠지지 않으니 주차문제는 더 심해졌다. 하자 및 보수공사와 씨름하는 건 변치 않았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만해도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과부하로 정전이 되고 지하 주차장의 방수가 문제가 됐다. 답답한 생활에 밖의 공기라도 마시려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밤새 돌아다니는 배달 오토바이의 소음에 다시 닫게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걸 탓하는 게 아니다. 그 전에 기본에 충실한 집부터 지어주기 바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7년 전 부동산에 처음 출입처를 배치받았을 즈음이었다. 건설사에 문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글쎄요. 기자님이 문제를 제기하셔도 입주민 쪽에서 문제가 아니면 소용이 없는대요", "집값 오르면 하자 얘기는 쏙 들어갈 겁니다"….
부정적인 반응의 이유는 이랬다. 일단 아파트는 다 짓게 되면 소유권이 개별 집주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나의 아파트지만 가구수에 따라 주인은 제각각이 된다. 집집마다 상태가 다르고 집주인에 따라 생각이나 입장도 차이난다. 때문에 아파트의 하자소식이 보도됐을 때,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단지의 입주민인 경우가 많다.
101호에 문제가 있어도 202호에는 문제가 없는데, 싸잡혀서 부실한 아파트가 될 우려가 있어서다. 내 집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웃과 싸움이 날 우려가 있었다. 새 아파트는 집주인만큼이나 세입자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직접 살지 않다가 세입자를 끼고 매도하는 경우, 이른바 갭투자를 하다보니 하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과거에는 "집값 떨어질라" 하자문제 쉬쉬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몇년 전부터 바뀌고 있다. 집주인들이 아파트 하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분양을 받았던 수분양자가 입주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평생 내 집'이 될 수 있는 아파트의 하자는 반드시 고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전매제한이 강화되고 다주택자가 줄어든 것도 이를 가속화시켰다.이제는 집을 사기도 갖고 있기도 어렵고 팔기도 까다로운 시대가 됐다. 덜렁 하나 있는 집에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고,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잇단 부실공사 및 하자공사 소식을 들으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선 건설사들이 수십년간 지어봤던 아파트의 상태가 일부에서는 안전을 위협할 정도다. "집값 올랐으니 됐다", "팔고 나가면 그만이다"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지 오래인데, 현장에서의 대처는 몇년 전과 다를바 없다.
건설사들은 난색을 표한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하자에도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서다. 하자 수리를 약속했음에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무리하게 추가 요구를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자를 짚어내는 전문업체들까지 가세했다. 과거 건설회사나 관련업체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는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귀신같이 하자를 찾아낸다. 나라에서 공급한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3년간 발생한 하자는 2만4000여건에 달한다는 국회 보고도 나왔다. 타일, 도배, 오배수 등 집의 기본적인 사항에서 하자가 가장 많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건 1930년대부터다. 일제시대 서울 시내에 한 두개씩 들어선 공동주택은 이제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아파트의 역사가 90년이 되다보니 저마다의 괴담(?)들도 있다. 원래 이 자리가 묫자리니 사건·사고가 있던 자리였다 등은 애교수준이다. 쓰레기나 바닷모래와 같이 비상식적인 자재들로 아파트를 지었다는 얘기부터 철근이 빠졌거나 벽이나 바닥이 비어있다는 말까지 있다. 이런 얘기들을 듣다보면 '갑자기 무너지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제 그런 사건들도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리라.)
집콕시대, 편리한 생활 이전에 기본적인 주거문제부터 해결되야
그럼에도 크게 문제되지 않은 건 앞서도 얘기했듯 내 집으로 사는 기간동안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제가 있거나 하자가 있어도 딱히 얘기를 하지 않고 팔아버리면 그만이었다. 낡은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성이 있다보니 시장에서 더욱 환영받기도 했다.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재계에서는 저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건설사들도 프롭테크 업체들과 협업하거나 로봇을 도입하고 최첨단 보안 및 공기청정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나중에는 가전제품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파트에 별별 기능이 다 들어갈 전망도 나온다.
2020년 9월. 코로나 시대이자 집콕시대에서 우리 아파트는 어떤가. 안전하다는 집에 있지만, 되레 집으로 스트레스는 더 커지지 않았는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이웃간의 층간소음과 차들이 빠지지 않으니 주차문제는 더 심해졌다. 하자 및 보수공사와 씨름하는 건 변치 않았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만해도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과부하로 정전이 되고 지하 주차장의 방수가 문제가 됐다. 답답한 생활에 밖의 공기라도 마시려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밤새 돌아다니는 배달 오토바이의 소음에 다시 닫게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걸 탓하는 게 아니다. 그 전에 기본에 충실한 집부터 지어주기 바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