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8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5년 4월8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잘 듣고 많이 공감했다. 견해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5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은 뒤 이 같은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정치적 노선이 정반대에 있는 만큼 서로 날 선 반응을 보여왔다.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 두 당. 국민의힘에 앞서 심상정 대표는 2015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향해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주인공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이었다.
2015년 2월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 심상정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5년 2월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 심상정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상정,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 했던 유승민에 '찬사'

유승민 전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2015년 4월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10년 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며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공동체', '진보적 보수주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등을 내세운 유승민 전 의원의 연설 이후 민주·진보 진영에선 연이어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에게 다가가 "정의당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유승민 전 의원의 연설에 찬사를 보낸다.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며 "건전보수세력으로의 변신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보수혁신 꿈이 꼭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심상정, 견해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심상정 대표는 전날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 나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기본소득 등을 강조하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는 "악덕 기업주(이상직 민주당 의원)에게 금배지 달아 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는가"라며 " "불법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이상직 의원 아들)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는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책임 있는 해법을 기다리겠다"

이어 "국민의힘이 정강을 개정하면서 기본소득을 포함한 것은 전향적이다"며 "무엇보다 보수정당이 우리 사회의 아래쪽에 사는 시민들에게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선 즉각 환영의 논평이 나왔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심상정 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 잘 듣고 많이 공감했다"며 "대표로서 마지막 국회 연설이어서 더욱 뜻깊었다"고 전했다.

그는 "견해는 달라도 목표는 같다. 민생과 국민경제는 흑백 논리나 여야 좌우의 편 가르기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리민복, 따뜻한 공동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나라라는 목표는 같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