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정치사에 장기 집권한 총리의 뒤를 이은 총리들은 모두 1~2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난 징크스가 있다고 보도했다. 역대 세번째로 장기집권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내각(2001년 4월26일~2006년 9월26일) 이후 들어선 아베 신조(1차 집권), 후쿠다 야스오 , 아소 다로 내각은 모두 1년만에 붕괴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이어 두번째 장수 총리인 사토 에이사쿠 내각(1964년11월9일~1972년 7월7일) 이후에는 다나카 가쿠에이 정권(집권기간 2년5개월) 등 5명의 총리가 차례로 등판했지만 집권기간은 2년 남짓에 그쳤다.
역대 4번째 장수 총리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1982년 11월27일~1987년 11월6일)의 뒤를 이어서는 4명의 총리가 등판했다. 이 가운데 우노 소스케 내각은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면서 2개월 만에 무너졌다. 사토, 나카소네, 고이즈미 총리의 후임 총리는 모두 12명.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7개월에 불과하다.
장기집권 이후 내각의 교체가 유독 잦았던 건 차기 총재 후보가 난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총리 1명이 오랜 기간 집권하는 사이 차기를 노리는 유력 후보가 늘어나고 이 중 한 명이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가까스로 정권을 잡더라도 곧 경쟁자에 의해 끌어내려진다는 설명이다. 스가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인 아베 내각(2012년12월26일~2020년9월16일)의 뒤를 잇는다. 그의 임기는 내년 9월말까지로 1년 남짓이다. 그 사이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서 승리해 새 기반을 닦지 않으면 자민당 징크스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벌써부터 내년 9월 총재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다만 스가 총리가 워낙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기 때문에 지지기반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재임기간 중 후계자를 육성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후계자가 없다는 점 또한 스가 총리 외 대안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