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 시각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분사 이후 배터리 사업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분사 예정인 배터리 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보유할 수 없게 돼 주가에는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했다.

LG화학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37%(3만9000원) 하락한 6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마감 직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기 위해 1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했다. 물적 분할로 신설되는 LG전지(가칭)는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남는다. 다만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다른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LG화학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인적 분할 방식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도 쏟아졌다.

배터리사업 재평가 기대되지만…LG화학 소액주주들은 '당혹'
전문가들은 분할 후 LG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경쟁사와 직접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36.7배다. 경쟁사인 중국 CATL(93.3배), BYD(78.5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가총액도 CATL은 약 83조원으로, LG화학의 두 배에 이른다.

이처럼 LG화학이 CATL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은 화학 사업과 함께 묶인 탓이다. 화학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시장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인 LG화학은 CATL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도 작년 기준 LG화학 전지사업본부(배터리)가 8조3500억원, CATL은 7조9000억원이었다.

분할 이후 화학 사업의 가치가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배터리 사업의 재평가가 이뤄지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는 현재의 LG화학 사업 구조를 퓨어(순수)하지 않다고 표현한다”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만 투자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 경쟁사와 직접적인 가치 비교가 가능해져 전사적인 가치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