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왼쪽)과 이재우 서기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주현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왼쪽)과 이재우 서기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지난 10일 정부가 역대 최저금리로 14억5000만달러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흥행’이었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외환시장의 ‘방파제’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대면 투자자설명회(로드쇼)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이끌어낸 데는 실무 공무원들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주현준 과장과 이재우 서기관이었다.

주 과장은 “발행 여부를 확정짓지 않고 투자자의 의향을 떠보기보다 오히려 외평채 발행을 전제로 못 박고 ‘딜(deal)’ 로드쇼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외평채 발행 전 ‘논딜(non-deal)’ 로드쇼를 해왔다. 딜 로드쇼 이후 1~2주 내 딜을 확정짓지 못하면 채권시장에서 ‘실패한 딜’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주 과장은 “외평채 발행 발표 두 시간 만에 주관사에서 ‘북(book·투자의향서)이 쌓이고 있다. 금리를 더 낮춰도 될 것 같다’고 전해왔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고 했다. 통상 투자자는 물론 주관사도 비유럽권 국가의 유로화 외평채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번에 발행한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 발행금리는 역대 최저인 -0.059%다. 비(非)유럽 국가의 유로화 국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됐다.

두 사람은 이번 성과를 ‘K방역’ 덕분이라고 했다. 주 과장은 “발표 시기가 코로나19 재확산 직후라 걱정했는데 외국투자자들이 오히려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며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투자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숫자로 일일이 비교해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이 서기관은 “비유하자면 상품을 파는 것은 정부고, 상품의 질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방역을 위해 국민이 인내해준 효과”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