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를 두고 현장 경찰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생활 민원까지 경찰이 떠맡아 시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경찰청 주무관노조는 1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안에 대한 이해 없이 졸속으로 만든 자치경찰제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당정청이 발표한 자치경찰제가 그간 논의된 ‘이원화 모델(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 운영)’이 아닌 ‘일원화 모델’을 따른 점부터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와 경찰청이 이원화 모델을 적합한 자치경찰 제도로 꼽았는데 당정청은 이를 무시하고 일원화 모델을 급조했다”며 “사전 설명과 여론 수렴 없이 법안을 추진한 것은 치안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법안에 명시된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도 지적했다. 단체는 “자치단체가 보유한 청사의 경비, 지역축제 안전관리까지도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로 확대했다”며 “경찰이 인력과 예상 증원 없이 자치단체의 생활민원까지 모두 떠맡으면 정작 중대 범죄로부터 시민 안전을 보호하는 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112 신고의 약 45%는 경찰 업무와 무관한 자치단체 생활민원 업무로 조사됐다.

단체는 자치경찰을 지휘하게 될 시·도지사 소속 시도경찰위원회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이들은 “시·도 지사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며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등 소위 법조 출신이 위원 자격을 차지해 시민 참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