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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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학교 원격수업의 질 제고를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및 운영시간 확대를 주문하자 일선 교사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쌍방향 수업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기고 있지만 교사들은 “정부가 원격수업의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초·중·고교 교사들은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방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원격수업 질 제고 방안에는 △주1회 이상 쌍방향수업 진행 △실시간 조·종례 운영 △원격수업 교시별 시간 초등 40분·중학교 45분·고교 50분 준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의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1학기부터 쌍방향 수업 비중을 학교별·교과별 상황에 맞춰 늘리고 있는데 일률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A고교에 재직 중인 한국사 교사 김 모씨(43)는 “역사 수업을 50분 동안 동영상으로만 진행하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져 20분간 EBS 온라인클래스로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과제를 통해 매일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며 “교육부가 50분 수업을 하라는 것은 평상시 등교수업처럼 원격수업을 똑같이 하라는 지시”라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 B고교에 재직중인 교사 최 모씨는 “줌(Zoom)을 사용해서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했지만 네트워크 환경 문제로 학습영상을 함께 보기 어려워 콘텐츠형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원격수업 횟수도 정해주고 수업 시간까지 정해주는 건 교사의 재량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초등교사들은 수업시간을 일정시간 이상 넘기면 학생들의 공부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지역 초등 2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김 모씨(39)는 “아이들의 발달정도를 고려하면 40분간 영상기기만 바라보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학부모들 민원에만 대응하는 것 같아 현장교사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개선요구를 고려하면 교육부의 방침이 지나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도리어 조치가 약하다는 말도 나온다”며 “강제사항이 아니고 오히려 일선 학교에 보내는 간곡한 요청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조치에 환영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 모씨는 “분당구 내 유명 사립학교들은 이미 1학기부터 쌍방향 수업만 한 반면 공립학교는 쌍방향 수업 비중이 적어 아이들의 교육 수준이 크게 차이나고 있다”며 “2학기부터라도 공립학교도 쌍방향 수업 비중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