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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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에게 아파트 대체재로 여겨지는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사업을 접겠다는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로 오피스텔을 새로 매입하려는 수요가 자취를 감추면서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일대와 방이동에 있는 다섯 곳의 오피스텔 부지 매각이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무산됐다. 인수 주체인 개발업체들이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약을 포기해서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지난달 12일 이후 취득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취득세를 계산할 때 주택으로 간주된다. 오피스텔 한 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면 기존에는 취득세로 1%(매수가 6억원 이하)만 내면 됐지만, 지금은 8%를 내야 한다. 오피스텔을 매입했다가 ‘취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네 곳이 모두 미분양된 이유다.

오피스텔 공급절벽…갈 곳 없는 1인 가구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방 한 칸짜리(원룸형) 오피스텔은 미분양이 나고 있다”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분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만6000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됐다. 하지만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공급은 9960실로 줄었고,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7008실에 그쳤다. 내년에는 2010년(6465실)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 추가매입 땐 '稅폭탄'…애물단지 된 오피스텔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들이 오피스텔 사업을 접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오피스텔을 구매해 주거용으로 사용하면서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중과하는 것으로 지방세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를 매길 때만 주택으로 간주됐다. 오피스텔이 없었다면 1%(매수가 6억원 이하)만 내면 되는 취득세가 8%로 뛴다. 오피스텔이 두 채라면 취득세율은 12%로 더 높아진다. 지금 오피스텔을 매입했다가는 ‘취득세 폭탄’을 맞기 때문에 매매 시장이 멈춰섰다.

다주택자 규제도 오피스텔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이후 양도하는 부동산부터 최종 1주택 여부를 따져 비과세 여부를 판단한다. 가령 2주택자가 두 채 모두 2년 이상 보유 및 실거주했다면 지금은 한 채를 팔면 나머지 한 채는 곧바로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한 채를 판 이후부터 나머지 한 채에 2년 이상 보유 및 실거주했느냐를 따진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취득세 중과와 1주택자 비과세 요건 때문에 헐값에 오피스텔을 처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업체들이 설계 변경에 나서 전용 20㎡ 안팎 원룸형 오피스텔 공급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는 투룸형이나 아예 생활형 숙박시설로 바꾸고 있다. 1~2인 가구의 주거난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8년 1만6319실이던 오피스텔 공급 규모는 지난해 9960실로 줄어들었다. 내년부터는 ‘공급 절벽’이 우려된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잣대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득세의 경우 처음 오피스텔을 살 때는 무조건 업무시설로 보고 높은 세금(4.6%)를 부과한다. 다주택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주택으로 간주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은 업무용이라는 이유로 전용 85㎡ 이상은 바닥난방이 금지돼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과 바닥난방 규제 등으로 아파트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