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두드리면 법인가, 정기국회 관전 '세 가지 포인트'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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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입법 '법만능주의' 어디까지 가나, 웬 '국장감사 축소론'?
예산심의 제대로 할까
예산심의 제대로 할까
정기국회 시즌이다. 21대 첫 정기국회인 올해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관전 포인트 내지는 관찰 요령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입법권, 예산 심의권, 국정감사권 등 국회의 3대 ‘권한이자 책무’와 관련해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물론 독주 체제의 ‘슈퍼여당’ 등장으로 비롯된 변화다.
9월 들어 개원한 정기국회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정기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의 장이다. 국민의 대표들이 대리인(공무원과 공직사회)을 직접 감시하고 때로는 감독하는 장이다. 국회의 이런 본질적 기능에서 여·야 간 경쟁도 볼만하고, 다음에는 어디에 ‘힘’(권력)을 실어줄 것인가 유권자들이 내심 판단하는 계기도 된다.
정기국회를 지켜보면서 세 가지 관찰 포인트를 생각해 본다. 첫째, 과잉입법, 법만능주의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둘째, 여당에서 비롯된 ‘국정감사 축소론’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라고 이유를 대지만 아무래도 정부 봐주기를 위한 핑계 같다. 셋째, 예산심의 기능이다. 4년째 이어지는 ‘초슈퍼예산’과 이른바 ‘4차 추경’이 겹쳐 있는 데 제대로 심의될지 지켜볼 일이다.
후폭풍으로 보면, 개정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강화해주면서 비롯된 전세 시장의 혼란이나 충격 등은 많은 보도가 있었으니 생략하자. 전세물량 급감, 전세가 천정부지로 상승, 임대인도 임차인도 피해사례 증가 같은 현상 말이다. 그보다 ‘웃픈 현실’은 법은 만들었지만 법해석, 법적용 등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 비판까지 급등하고 있고, 마침내 법 해설서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법시험 준비생도 아닌 데, 법해설서까지 정독해야 하고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면 그게 정상적인 법일까.
무슨 외국어나 암호로 쓴 조항도 아니다. 한글 독해력이 있는 평균치 한국인이면 누구나 읽고 그대로 해석 가능하며, 국민 대다수가 지킬 수 있어야 법 아닌가. 해설서를 읽어도 판단불가라니, 그래서 또 다시 유권해석을 정부에 문의해야 한다니, 그런데 민원과 문의를 접수한 국토교통부나 법무부는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미룬다니, 심지어 법 만든 국회로 미루려 한다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법인가. 담당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도 이렇게 해석을 다른 기관으로 미룰까. ‘임차인은 곧 약자’라는 단순 논리에 입각하면서, 임차인을 더 보호하면 주택구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정부가 오매불망 매달려온 집값안정에도 도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든 법이겠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정기 국회에 처리를 바라며 제안된 계류 법안에는 더 이상한 것도 많다.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해주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돼 있다. 곤경에 빠진 타인을 돕고 구제하는 것은 미덕이고 선행이지만, 이게 법으로 강제할 일인가. 도덕과 선행, 윤리의 영역 아닌가. 법과 도덕의 구별은 중학생 사회시간쯤에 다 배우는 것들 아닌가. 이런 법이 늘렸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같은 맥락이다. 형법을 비롯해 타인에 대한 괴롭힘에 대한 대응·처벌 법이 있는데도 과잉입법을 했지만 효과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괴롭힘을 방지하자면, 직장에서만 일까.
입법권자들의 희망사항, 스스로도 지키지 못할 도덕론과 당위론 적 사고에서 ‘당위법’‘강제법’이 양산되는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면 이상 사회라도 올 것처럼 착각한 데서 무수한 ‘금지법’들이 생기는 것이다. 결과는 법의 희화다. 아니면, ‘법은 법, 현실은 현실’이라는 식의 법 경시 풍조나 생길 수 있다. 사회성원 대대수가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법이 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이걸 어떻게 심의하고 의결할까. 내년 예산안을 두고도 송곳 같이 칼 같이 심의를 할지, 과거 매년 되풀이 됐던 ‘쪽지 예산’이라며 어물쩍 여당이 자기 민원 예산이나 더 키우는 적폐가 되풀이되지는 않을지 관심거리다.
슈퍼여당이 이걸 1주로 축소하자고 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이라는 데 과연 유권자들도 동의할까. 매일매일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의 붐비는 인파만 봐도 설득력이 약한 논리다. 도대체 상임위원회 위주의 국감장이 과연 몇 명이나 모이는 대면 행사라고, 제한된 인원이 들어가는 국감장 관리만 좀 더 잘하면 될 일이다. 여당이 같은 편의 ‘행동대원’격인 정부를 봐주자는 오해를 피하려면 정부 지출이 많은 올해 국감이야말로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야당이 야당답지 못한 것이다. 야당더러 정책 대안을 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이상이다. 더구나 정책 대안을 내도 반영되지 못하는 일방적 분위기라면 야당은 반대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반대라는 게 이성과 논리만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욕을 듣더라도 ‘육탄저지전’ 같은 것도 필요하다. 막을 건 막아야 하고, 최소한 필요한 것은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다.
야당이 조금은 거칠고 심해서 언론과 사회단체, 사실은 유권자들이 조금 말려주고 진정시켜주는 게 때로는 ‘상식적’이고,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보이지도 않는다. 야당이 투쟁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역설적으로, ‘단식 농성’까지는 몰라도 ‘철야 농성’‘점거 농성’ 같은 말 정도는 한번씩은 나와야 하는 데, 그래서 그걸 말려주면서 대화를 종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협도 부추겨야 하는 데 그럴 여지가 없다. 지레 알아서 하는 것인가.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말려줄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정기국회 관람객이 확 줄어들 것 같다. 논쟁거리, 싸움거리, 타협거리는 늘렸는데 선수들이 없다. 스포츠 경기라면 “재미없다”라면 그만 이겠지만, 나라 살림, 국가의 방향이 좌우되는 건곤일척의 게임이라는 게 문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9월 들어 개원한 정기국회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정기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의 장이다. 국민의 대표들이 대리인(공무원과 공직사회)을 직접 감시하고 때로는 감독하는 장이다. 국회의 이런 본질적 기능에서 여·야 간 경쟁도 볼만하고, 다음에는 어디에 ‘힘’(권력)을 실어줄 것인가 유권자들이 내심 판단하는 계기도 된다.
정기국회를 지켜보면서 세 가지 관찰 포인트를 생각해 본다. 첫째, 과잉입법, 법만능주의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둘째, 여당에서 비롯된 ‘국정감사 축소론’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라고 이유를 대지만 아무래도 정부 봐주기를 위한 핑계 같다. 셋째, 예산심의 기능이다. 4년째 이어지는 ‘초슈퍼예산’과 이른바 ‘4차 추경’이 겹쳐 있는 데 제대로 심의될지 지켜볼 일이다.
나무망치 두드리면 법인가
최근의 몇몇 발의 건은 법이 무엇인지, 의욕만 앞선 졸속 날림 입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부디 반성적으로 좀 봐야 할 텐데….후폭풍으로 보면, 개정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강화해주면서 비롯된 전세 시장의 혼란이나 충격 등은 많은 보도가 있었으니 생략하자. 전세물량 급감, 전세가 천정부지로 상승, 임대인도 임차인도 피해사례 증가 같은 현상 말이다. 그보다 ‘웃픈 현실’은 법은 만들었지만 법해석, 법적용 등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 비판까지 급등하고 있고, 마침내 법 해설서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법시험 준비생도 아닌 데, 법해설서까지 정독해야 하고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면 그게 정상적인 법일까.
무슨 외국어나 암호로 쓴 조항도 아니다. 한글 독해력이 있는 평균치 한국인이면 누구나 읽고 그대로 해석 가능하며, 국민 대다수가 지킬 수 있어야 법 아닌가. 해설서를 읽어도 판단불가라니, 그래서 또 다시 유권해석을 정부에 문의해야 한다니, 그런데 민원과 문의를 접수한 국토교통부나 법무부는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미룬다니, 심지어 법 만든 국회로 미루려 한다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법인가. 담당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도 이렇게 해석을 다른 기관으로 미룰까. ‘임차인은 곧 약자’라는 단순 논리에 입각하면서, 임차인을 더 보호하면 주택구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정부가 오매불망 매달려온 집값안정에도 도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든 법이겠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정기 국회에 처리를 바라며 제안된 계류 법안에는 더 이상한 것도 많다.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해주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돼 있다. 곤경에 빠진 타인을 돕고 구제하는 것은 미덕이고 선행이지만, 이게 법으로 강제할 일인가. 도덕과 선행, 윤리의 영역 아닌가. 법과 도덕의 구별은 중학생 사회시간쯤에 다 배우는 것들 아닌가. 이런 법이 늘렸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같은 맥락이다. 형법을 비롯해 타인에 대한 괴롭힘에 대한 대응·처벌 법이 있는데도 과잉입법을 했지만 효과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괴롭힘을 방지하자면, 직장에서만 일까.
입법권자들의 희망사항, 스스로도 지키지 못할 도덕론과 당위론 적 사고에서 ‘당위법’‘강제법’이 양산되는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면 이상 사회라도 올 것처럼 착각한 데서 무수한 ‘금지법’들이 생기는 것이다. 결과는 법의 희화다. 아니면, ‘법은 법, 현실은 현실’이라는 식의 법 경시 풍조나 생길 수 있다. 사회성원 대대수가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법이 된다.
초슈퍼예산, 엄격한 심의는커녕 덧보태지나 않을지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556조원에 달한다. 나라 빚을 내는 이런 팽창예산에 대한 걱정과 비판은 차고도 넘친다. 위기 때 재정의 역할이 커지는 것 자체는 필요하고 용인될 만하지만,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는 지적과 걱정이 많다. 타당한 문제제기다. 여기에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올해의 4차 추경예산안 처리도 추가 과제로 있다. 급하기로는 이게 더 하다. 통신비 조로 2만원씩을 지급하는데 9000억원을 쓰겠다는 항목까지 포함되면서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이걸 어떻게 심의하고 의결할까. 내년 예산안을 두고도 송곳 같이 칼 같이 심의를 할지, 과거 매년 되풀이 됐던 ‘쪽지 예산’이라며 어물쩍 여당이 자기 민원 예산이나 더 키우는 적폐가 되풀이되지는 않을지 관심거리다.
슈퍼여당의 ‘정부 봐주기’ 비판받는 국감축소론
10월은 각 부처를 비롯해 정부기관들이 특별히 긴장하는 때다. 연례행사인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까닭이다. 가려졌던 각종 정책 자료와 통계가 공개되고, 정부가 덮고 싶었던 행정 오류가 지적되고, 잘못된 정책이 공개적으로 질타 받는 계기가 국정감사다. 2주간, 공무원들이 진땀을 낼수록 언론도 바빠지지만 유권자, 즉 국민들 입장은 나아진다.슈퍼여당이 이걸 1주로 축소하자고 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이라는 데 과연 유권자들도 동의할까. 매일매일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의 붐비는 인파만 봐도 설득력이 약한 논리다. 도대체 상임위원회 위주의 국감장이 과연 몇 명이나 모이는 대면 행사라고, 제한된 인원이 들어가는 국감장 관리만 좀 더 잘하면 될 일이다. 여당이 같은 편의 ‘행동대원’격인 정부를 봐주자는 오해를 피하려면 정부 지출이 많은 올해 국감이야말로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농성’같은 말 들어본지 오래… 물러빠진 야당
정부 여당의 독선·독주가 과도하다. 헌법과 민법 등에 명시된 ‘사적자치’‘계약자유’의 원칙이 무너지는 법이 만들어지고,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가 우려되는 강제법 금지법 당위법 같은 엉터리 ‘도덕법’이 만들어져도 야당이 견제를 못하고 있다. 수적으로 너무 밀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야당이 야당답지 못한 것이다. 야당더러 정책 대안을 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이상이다. 더구나 정책 대안을 내도 반영되지 못하는 일방적 분위기라면 야당은 반대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반대라는 게 이성과 논리만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욕을 듣더라도 ‘육탄저지전’ 같은 것도 필요하다. 막을 건 막아야 하고, 최소한 필요한 것은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다.
야당이 조금은 거칠고 심해서 언론과 사회단체, 사실은 유권자들이 조금 말려주고 진정시켜주는 게 때로는 ‘상식적’이고,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보이지도 않는다. 야당이 투쟁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역설적으로, ‘단식 농성’까지는 몰라도 ‘철야 농성’‘점거 농성’ 같은 말 정도는 한번씩은 나와야 하는 데, 그래서 그걸 말려주면서 대화를 종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협도 부추겨야 하는 데 그럴 여지가 없다. 지레 알아서 하는 것인가.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말려줄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정기국회 관람객이 확 줄어들 것 같다. 논쟁거리, 싸움거리, 타협거리는 늘렸는데 선수들이 없다. 스포츠 경기라면 “재미없다”라면 그만 이겠지만, 나라 살림, 국가의 방향이 좌우되는 건곤일척의 게임이라는 게 문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