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미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세론'에 균열이 생기면서 미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4년 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막판에 트럼프에 역전패 당한 '힐러리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이 지난 9~15일(현지시간) 25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7%로, 바이든( 46%)을 1%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범위(±2%) 내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을 추월한 건 주요 여론조사 기관 중 이번이 처음이다.

라스무센이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시작한 지난 7월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10%포인트 가량 뒤졌다. 하지만 지난주 라스무센 조사에선 지지율 격차를 2%포인트까지 좁혔고, 이번주엔 역전에 성공했다.

라스무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외)다른 소수인종 유권자 사이에서 뜻밖의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도시에서 인종차별 관련 폭력시위가 계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 과정에서 불거진 폭력에 대항해 내세운 '법과 질서' 메시지가 일부 유권자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라스무센이 15일 공개한 유권자 1000명 대상 별도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역사회에 폭력시위가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의 63%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무센은 보수 성향으로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많이 내놨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을 예상한 몇 안되는 여론조사 기관 중 하나였다.

다만 아직까지 대부분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고브의 지난 13~15일(1062명) 조사와 입소스의 11~15일(859명) 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모두 9%포인트 차로 앞섰다. LA타임스의 9~15일(2865명) 조사에서도 바이든은 50%, 트럼프는 43%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맹추격을 벌이는 조짐도 보인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7~10일 유권자 1191명을 조사했을 때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은 46%와 51%로 차이가 5%포인트에 그쳤다. 폭스뉴스의 한 달 전 조사 때(7%포인트 차)보다 격차가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 실패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는게 강점이다. 여론조사에 잘 드러나지 않는 '샤이 트럼퍼'도 대선 결과를 좌우할 변수다.

바이든의 카리스마가 약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겠다는 유권자 상당수는 '바이든이 좋아서가 아니라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은 17일 나란히 '경합주 사냥'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를 방문해 130억달러 규모의 농민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190억달러에 이은 2차 농가 지원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위스콘신에서 0.8%포인트차의 신승을 거뒀다. 올해 대선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위스콘신에서 우세를 지키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밤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드라이브인 타운홀' 형식의 유세를 선보였다. 바이든은 CNN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의 사회로 35대의 차량에 탄 청중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코로나19를 감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유세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