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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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들의 ‘캐디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인재 확보’를 위해 공짜 골프 제공은 물론 해외 여행까지 내세우는 등 다양한 ‘당근책’이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발(發) 특수에다, 야간 라운드 도입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캐디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충북 진천에 있는 에머슨CC는 18일 캐디 모집 공고를 냈면서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하면 캐디한테는 그린피를 받지 않겠다는 것. 퇴근 뒤 9홀 라운드를 도는 것도 무료다. 해외여행을 복지로 내세운 곳도 있다. 송추CC와 블루원 계열 골프장들이 대표적. 1년에 한 번 우수 캐디를 뽑아 동남아 등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충청권 골프장 대표는 “근무여건이 좋은 골프장으로 옮기려는 캐디들이 너무 많아 생일마다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쓰고 있다”며 “캐디피를 올리면 다른 골프장도 따라 올리니 차별화가 안돼 뭔가 확실하게 다른 복지 혜택을 짜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골프장들의 캐디 복지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다수 골프장들은 캐디들에게 숙소와 식사, 상해 보험 등을 제공해왔다. 캐디와 고용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골프장이 산악지역이나 도시 외곽 등 외진 곳에 있는 만큼 안정적인 캐디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복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디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위라밸’형태로 복지혜택이 진화하고 있다. 송추CC는 캐디가 신고한 비매너 회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내장 금지 조치를 내린다. 과거 ‘고객절대우선’ 정책이 캐디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 경주의 블루원 다이너스CC는 기혼 캐디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위킹맘 캐디’를 위한 복지다.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 캐디는 “손님들에게서 받는 팁을 생각하면 사실 캐디피 1만원 차이는 크게 와닫지 않는다”며 “첫 티오프 시간이 늦거나 야간 라운드가 없어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골프장들로 캐디들의 이동이 잦다”고 말했다.

동계 휴장이 긴 골프장들은 일종의 ‘휴장수당’을 주기도 한다. 하이원CC와 세이지우드CC, 페럼C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2달씩 이어지는 휴장기간이 지난 뒤 다른 골프장으로 이직하지 않은 캐디들에게 100~25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한 캐디는 “일이 많지 않아 수입이 적다는 단점은 있지만 겨울에 동남아 골프여행이나 유럽 장박 여행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젊은 미혼 캐디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대기업 계열 골프장들은 계열사 리조트 시설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곳이 많다. 충남 태안 골든베이GC는 1년이상 근속한 캐디들에게 한화그룹 소속 부대시설(아쿠아리움, 워터파크) 무료이용권을 주고, 하이원CC는 캐디들에게 스키장 시즌권을 제공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