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신흥국 채권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탓에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선진국 채권 수익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투자자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펀드정보회사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 7월부터 이달 9일까지 신흥국 채권펀드에는 10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주 단위 연속 순유입 기간으로는 2017년 말 이후 가장 길다. 이 기간 신흥국 채권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146억5000만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74억달러가 최근 3주 동안 유입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디폴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자 시장에는 신흥국 및 기업 채권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코로나19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526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 마음이 바뀐 계기는 역시 수익률이었다. JP모간체이스의 채권지수에 따르면 신흥국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연 7.6%가량이다. 연 11.5%까지 치솟았던 지난 3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1%포인트 높다. 반면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지수에 따르면 선진국의 정크본드 수익률은 연 5.5%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세계 기관·개인 채권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까지 미국 등 선진국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 결과 채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수익률 하락)했고 투자자들은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에릭 올롬 씨티그룹 전략가는 “신흥국에서도 투기등급 채권 수익률은 코로나19 전으로 되돌아갔지만 정크본드는 아직도 고수익 상품”이라며 “투자자는 위기가 닥친 직후엔 선진국, 사태가 지나가면 수익률이 좋은 신흥국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흥국 채권의 인기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초 미국 대선 전까지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고 환율도 급변동할 위험이 있어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