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이력서론 실업급여 못줘요…인터넷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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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본 복지제도의 함정
서류에 함몰된 복지
'컴맹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본 복지제도의 함정
서류에 함몰된 복지
'컴맹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
“양팔을 높이 올릴 수 있나요?” “사지는 멀쩡해요. 내 의료 기록을 보고 심장 이야기나 합시다.” “질문에만 대답하세요. 어쨌든 모자는 쓸 수 있죠?”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못하게 됐다. 심장마비가 와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할 뻔한 뒤 의사는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아내는 병으로 죽었고 의지할 자식은 없다. 그는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국가에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파견업체 직원은 심장과 관련 없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그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복지제도의 문제를 그려낸 영화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복지제도 자체에 매몰돼 제도의 대상인 국민을 외면하는 관료주의의 현실을 담았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센터로 찾아가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얼굴을 마주한 직원은 더 냉정하다. 심사관의 전화를 기다리든가, 돈이 필요하면 구직 수당을 신청하라고 한다. 의사가 “인공 심장을 이식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 다니엘은 구직 수당을 신청한다.
로치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며 수많은 사람의 실화를 녹였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인 영국은 복지의 역사가 깊은 나라다. 1940년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공공 의료 등 높은 수준의 복지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민이 혜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너무 불편하다.
그 배경에 뿌리 깊은 관료주의가 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한 관료주의는 엄격한 위계질서와 고도화된 분업 등이 특징이다. 효율성이 장점이나 책임 소재가 명확한 만큼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가 생길 수 있다. 자신들이 담당하는 제도의 취지보다 제도를 따르고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제도화의 덫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속 직원들도 매뉴얼밖에 모르는 기계에 가깝다. 심사관은 다니엘이 의사의 소견을 받아와도 규정대로 팔다리가 멀쩡하니 ‘일할 수 있다’고 단정한다. 다니엘이 구직 수당을 신청하는 동안 한 직원이 도와주자 상사는 “잘못된 선례가 남는다”고 타박한다. 시민의 사회 안전망을 보장하기 위해 생겨난 복지 제도인데, 정작 제도의 존재 이유인 시민은 그들의 관심 밖이다.
그러나 센터 직원은 “부족하다”고 한다. 컴퓨터로 작성한 이력서도, 구직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도 없는데 구직 활동을 했는지 어떻게 증명하냐는 것이다. 몇 번 받지 못한 구직 수당은 끊긴다. 식료품 무료 지원을 받을지 묻는 직원에게 다니엘은 답하지 않고 센터를 떠난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는데, 나이가 들어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아픔과 가난을 애써 증명하려는 그에게 돌아온 건 수치심이다.
질병 수당과 구직 수당은 선별적 복지다. 취약계층 등 특정 조건의 국민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대표적이다. 혜택을 받으려면 조건에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대 개념인 보편적 복지는 조건 없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다. 무상급식, 기본소득 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경우 1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만큼 보편적 복지다. 소상공인에게 집중된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복지에 해당한다.
선별적 복지는 예산이 한정된 현실에서 효율적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그러나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스스로의 가난과 질병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상처를 입는다는 비판도 있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 대신 비용이 소요된다. 예산이 무한대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의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지난해 말 41.9%에서 올해 말 49.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85.4%에서 101.6%로, 일본은 238.0%에서 268.0%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는 그의 장례식장에서 끝난다. 다니엘이 재심사를 받을 때 읽으려 했던 편지가 유언이 되어 흘러나온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아닙니다. 보험 번호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나는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자선을 구걸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인간적인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복지(福祉)는 ‘행복한 삶’을 뜻한다. 국민이 행복하게 살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운영하는 제도도 의미한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권고사직을 당한 회사원 등 수많은 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재난지원금을 놓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니엘과 같은 이들의 ‘복지’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한 걸음 더 - '사각사각' 연필세대에겐
“나는 연필 시대 사람이오. 컴퓨터 근처에도 안 가봤어요.” “난독증 대상 특별 상담번호는 있어요.” “그게 몇 번이오?” “인터넷에 나와요.”
59세인 다니엘 블레이크는 질병 수당 재심사와 구직 수당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고난에 부딪힌다. 인터넷이다. 모든 복지 제도는 인터넷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복지센터에 찾아가도 직원은 종이 신청서를 주는 대신 ‘난독증 대상 특별 상담’을 권한다. 그러나 상담번호도 인터넷에서 찾아야 한다.
목수였던 다니엘은 ‘컴맹’이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젊은이들과 도서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 자 한 자 신청양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는 등 애를 먹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넘겨버린다. 결국 다니엘의 옆집에 사는 청년이 노트북으로 신청해준다.
디지털 능력과 정보의 격차를 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는 복지 영역에서는 큰 문제다. 제도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운영되는데, 복지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으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가 두드러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38.9%에 그쳤다. 60% 이상이 다니엘처럼 ‘연필 시대 사람’이다.
그러나 복지 제도 안내와 신청은 인터넷에서 주로 이뤄진다. 전화 상담 또는 직접 방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도 한국 사회 디지털 디바이드의 단면이 드러났다. 젊은 층은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신청했다. 노년층은 달랐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사무소와 은행에서 긴 줄을 섰다.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어 재난지원금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주된 트렌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디바이드의 실태’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PC를 사용해 온라인 쇼핑 또는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6.5%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못하게 됐다. 심장마비가 와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할 뻔한 뒤 의사는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아내는 병으로 죽었고 의지할 자식은 없다. 그는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국가에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파견업체 직원은 심장과 관련 없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그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복지제도의 문제를 그려낸 영화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복지제도 자체에 매몰돼 제도의 대상인 국민을 외면하는 관료주의의 현실을 담았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화도, 직접 찾아가도 매뉴얼만
질병 수당 심사에서 탈락하며 다니엘의 고난은 시작된다. 탈락 편지를 받은 그는 복지센터로 전화를 건다. 대기 전화가 많아 두 시간이 지나서야 상담원과 연결된다. 통화는 답답함만 더한다. “심사관이 탈락을 통보하는 전화를 해야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받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했는데도 심사관으로부터 탈락 전화를 또 받아야 한다는 말이 다니엘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센터로 찾아가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얼굴을 마주한 직원은 더 냉정하다. 심사관의 전화를 기다리든가, 돈이 필요하면 구직 수당을 신청하라고 한다. 의사가 “인공 심장을 이식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 다니엘은 구직 수당을 신청한다.
로치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며 수많은 사람의 실화를 녹였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인 영국은 복지의 역사가 깊은 나라다. 1940년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공공 의료 등 높은 수준의 복지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민이 혜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너무 불편하다.
그 배경에 뿌리 깊은 관료주의가 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한 관료주의는 엄격한 위계질서와 고도화된 분업 등이 특징이다. 효율성이 장점이나 책임 소재가 명확한 만큼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가 생길 수 있다. 자신들이 담당하는 제도의 취지보다 제도를 따르고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제도화의 덫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속 직원들도 매뉴얼밖에 모르는 기계에 가깝다. 심사관은 다니엘이 의사의 소견을 받아와도 규정대로 팔다리가 멀쩡하니 ‘일할 수 있다’고 단정한다. 다니엘이 구직 수당을 신청하는 동안 한 직원이 도와주자 상사는 “잘못된 선례가 남는다”고 타박한다. 시민의 사회 안전망을 보장하기 위해 생겨난 복지 제도인데, 정작 제도의 존재 이유인 시민은 그들의 관심 밖이다.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다니엘은 구직 수당 대상자가 된다. 수당을 계속 받으려면 일정 시간 이상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컴퓨터를 못 하는 다니엘은 아픈 몸을 이끌고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펜으로 쓴 이력서를 돌린다.그러나 센터 직원은 “부족하다”고 한다. 컴퓨터로 작성한 이력서도, 구직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도 없는데 구직 활동을 했는지 어떻게 증명하냐는 것이다. 몇 번 받지 못한 구직 수당은 끊긴다. 식료품 무료 지원을 받을지 묻는 직원에게 다니엘은 답하지 않고 센터를 떠난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는데, 나이가 들어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아픔과 가난을 애써 증명하려는 그에게 돌아온 건 수치심이다.
질병 수당과 구직 수당은 선별적 복지다. 취약계층 등 특정 조건의 국민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대표적이다. 혜택을 받으려면 조건에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대 개념인 보편적 복지는 조건 없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다. 무상급식, 기본소득 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경우 1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만큼 보편적 복지다. 소상공인에게 집중된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복지에 해당한다.
선별적 복지는 예산이 한정된 현실에서 효율적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그러나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스스로의 가난과 질병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상처를 입는다는 비판도 있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 대신 비용이 소요된다. 예산이 무한대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의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지난해 말 41.9%에서 올해 말 49.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85.4%에서 101.6%로, 일본은 238.0%에서 268.0%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구직 수당을 포기한 다니엘은 센터 외벽에 스프레이로 글을 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굶어 죽기 전에 재심사를 요구한다.” 사람들이 몰리고 경찰서에 갔다가 훈방 조치되는 해프닝을 겪은 끝에 그는 재심사를 받게 된다. 담당 의사가 힘을 보태주고 복지사도 “이번 건은 확실하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다니엘은 심사 직전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영화는 그의 장례식장에서 끝난다. 다니엘이 재심사를 받을 때 읽으려 했던 편지가 유언이 되어 흘러나온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아닙니다. 보험 번호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나는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자선을 구걸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인간적인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복지(福祉)는 ‘행복한 삶’을 뜻한다. 국민이 행복하게 살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운영하는 제도도 의미한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권고사직을 당한 회사원 등 수많은 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재난지원금을 놓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니엘과 같은 이들의 ‘복지’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더 - '사각사각' 연필세대에겐
너무나 높은 키보드의 벽…디지털 '사각지대'의 노년층
“나는 연필 시대 사람이오. 컴퓨터 근처에도 안 가봤어요.” “난독증 대상 특별 상담번호는 있어요.” “그게 몇 번이오?” “인터넷에 나와요.”59세인 다니엘 블레이크는 질병 수당 재심사와 구직 수당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고난에 부딪힌다. 인터넷이다. 모든 복지 제도는 인터넷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복지센터에 찾아가도 직원은 종이 신청서를 주는 대신 ‘난독증 대상 특별 상담’을 권한다. 그러나 상담번호도 인터넷에서 찾아야 한다.
목수였던 다니엘은 ‘컴맹’이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젊은이들과 도서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 자 한 자 신청양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는 등 애를 먹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넘겨버린다. 결국 다니엘의 옆집에 사는 청년이 노트북으로 신청해준다.
디지털 능력과 정보의 격차를 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는 복지 영역에서는 큰 문제다. 제도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운영되는데, 복지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으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가 두드러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38.9%에 그쳤다. 60% 이상이 다니엘처럼 ‘연필 시대 사람’이다.
그러나 복지 제도 안내와 신청은 인터넷에서 주로 이뤄진다. 전화 상담 또는 직접 방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도 한국 사회 디지털 디바이드의 단면이 드러났다. 젊은 층은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신청했다. 노년층은 달랐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사무소와 은행에서 긴 줄을 섰다.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어 재난지원금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주된 트렌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디바이드의 실태’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PC를 사용해 온라인 쇼핑 또는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6.5%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