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칵테일파티 이론
'칵테일파티 이론' 마지막 4단계는
시장 정점 찍고 추락한다는 신호
코스피 올 저점대비 65% 올랐지만
증시 고점까지 아직 시간 남아
개인투자자 역할·비중 커진 덕분
시장이 15% 오른 두 번째 단계에선 펀드매니저라고 직업을 밝히면 처음 만난 사람 중 한두 명은 “주식은 위험하다”는 등의 말로 반응을 보인다. 시장 상승률이 30%에 이른 세 번째 단계가 되면, 파티의 주인공은 이제 펀드매니저다. 사람들은 파티 내내 펀드매니저를 둘러싸고 어느 종목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서도 사람들은 펀드매니저를 둘러싼다.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에게 어떤 종목을 매수하라고 가르쳐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최신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마젤란펀드를 맡아 13년 동안 2700% 수익률을 기록한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이다. 네 번째 단계는 시장이 정점에 도달해서 곧 추락할 거라는 확실한 신호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피터 린치의 이론을 국내 증시에 적용해보자.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저점에서 65% 정도 뛰었으니 상승률로만 보면 세 번째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생전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주식계좌를 트고, 카톡 대화방엔 투자 성공담과 정보가 넘쳐나고, 공모주 청약엔 수십조원이 몰리고…. 그야말로 주식 전성시대다.
이런 분위기라면 네 번째 단계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피터 린치의 지적대로 증시는 조만간 추락할까. 주가를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증시 고점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칵테일파티 이론의 네 번째 단계가 아주 오래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엔 다른 이유도 있다. ‘개미’(개인투자자)가 달라졌다. 예전엔 개미가 달려들면 끝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개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외국인은 신흥시장 펀드에 돈이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수준이고 기관은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탓에 영향력을 발휘할 실탄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와 달리 개미가 똑똑해진 것도 이유다. ‘스마트 개미’가 많아졌다. 투자할 기업(종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개미는 크게 줄었다.
이런 이유들로 지금이 칵테일파티 이론의 네 번째 단계에 해당하고, 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본다면 피터 린치의 세 가지 조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주식투자도 부동산 투자처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주식보다 집을 장기간 보유하는데 집이든 주식이든 장기간 보유할 때 수익을 얻을 확률이 훨씬 커진다. 구매할 집을 살펴볼 때 사람들은 오랜 시간 구석구석 꼼꼼하게 훑어본다. 하지만 주식은 단 몇 분 만에 선택하기도 한다.
둘째, 10년, 20년 후 주가보다 2~3년 뒤 주가를 전망하기가 훨씬 어려우므로 투자한 돈을 잃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자신의 삶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만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우량주라도 돌발악재로 주가가 급락해 몇 년 동안 바닥을 길 수 있어서다.
셋째, 자신이 주식투자자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피터 린치는 이런 자질로 인내심, 자신감, 상식, 고통에 대한 내성, 초연함, 고집, 겸손, 유연성, 독자적으로 조사하려는 의지,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는 태도, 전반적인 공포감을 무심하게 넘길 수 있는 태도, 완벽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는 능력, 육감의 유혹을 이겨낼 힘 등을 꼽았다. 이런 자질을 모두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는 모든 사람이 할 만한 게 아니고,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할 만한 것도 아니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이런 자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수긍이 간다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