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제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예술인이 소득이 20% 이상 감소해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실업급여를 주기로 했다.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소득이 들쭉날쭉한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 소득 감소를 사유로 한 ‘자발적 이직’까지 실업급여를 주는 게 적정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재정 부담 증대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세부 시행방안을 담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예술인을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예술인을 7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예술인 고용보험료율을 임금 근로자와 같은 1.6%로 정하고 예술인과 사업주가 0.8%씩 부담하도록 했다. 또 월 소득이 50만원 이하인 예술인은 고용보험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보험 가입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둘 이상의 계약을 맺어 수입이 총 50만원을 넘으면 가입할 수 있다.

논란이 됐던 자발적 이직, 즉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의 실업 인정 기준은 ‘소득이 20% 감소한 경우’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직 직전 3개월 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거나 △직전 1년간 월평균 보수가 전년 월평균 보수보다 20% 이상 줄어든 달이 5개월 이상인 경우다.

예컨대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이던 예술인이 3개월가량 월평균 240만원을 벌게 돼 일을 그만둬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가입 기간에 따라 4~9개월, 지급액 상한액은 하루 6만6000원, 월 최대 198만원이다. 하한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예술인 고용보험제 도입 취지가 저소득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20% 소득 감소=실업 인정’ 요건은 논란이 되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 기금 계정은 임금 근로자 기금 계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낸 보험료로 소득이 감소한 예술인에게 실업급여까지 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칫 예술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해서 버는 소득과 실업급여의 차이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실업급여가 더 많으면 근로 유인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예술인 소득 감소 기준은 기존 자영업자 고용보험 기준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자영업자 고용보험도 매출액 감소, 적자 지속 등 불가피한 사유로 폐업한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