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크로스워드

女신발 정액테러,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피해자만 고통

女신발에 정액 묻히고 도주 CCTV에 찍혀
성범죄 처벌 조항없어 재물손괴 벌금 50만원
"성범죄 대한 폭넓은 인정 필요" 질타
여대생 신발에 정액 테러를 한 남성에게 성범죄를 적용할 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 혐의가 적용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시가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대생 신발에 정액 테러를 한 남성에게 성범죄를 적용할 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 혐의가 적용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시가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중인 여대생 A 씨는 지난해 5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신발장에 넣어둔 운동화를 신었다가 불쾌한 축축함을 느꼈다.

A 씨와 친구들은 운동화 안에 남아있는 이물질의 정체를 두고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조사 결과 그 이물질은 '정액'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CCTV에는 수업이 시작되고 복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피의자)가 운동화를 가방에 넣어 화장실에 갔다 온 뒤 정액이 묻는 운동화를 다시 제자리에 두고 도망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피의자 B 씨를 붙잡아 사건 발생 2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재물손괴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성범죄로 적용할 만한 법조항이 없어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피해자 A 씨는 '직접적인' 위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적수치심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는 고통을 치러야했다.

B 씨의 태도 변화는 A 씨를 더 힘들게 했다. A 씨에게 먼저 합의하자는 의사를 밝혔던 B 씨는 '재물손괴죄' 혐의로 기소되자 "손괴죄로 내야 하는 벌금이 합의금보다 적으므로 합의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B 씨는 50만원이라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고, 끝까지 A 씨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형법에서 규정한 성범죄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성추행·성희롱 사건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 등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지만 A 씨가 겪은 피해는 이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민사로 소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성범죄로 인정이 안 되면 손괴된 신발 물품 가액 정도만 받을 수 있어 성범죄에 대한 폭넓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1. 1
  2. 2
  3.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1. 1
  2. 2
  3. 3
  4. 4
  5.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