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뇌 속에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쌓이면서 독성을 일으켜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알츠하이머 진단·치료 관련 다양한 기초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뇌손상 치료·뇌영상MRI·뇌영상유전학과 같은 뇌신경질환 분야와 뇌항상성·뇌기억·뇌신경회로와 같은 뇌연구 분야 등 알츠하이머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연구를 15개 지원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수면과 노화에서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주 연구 대상은 면과 노화에 따라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는 뉴런의 접합부인 시냅스다. 정 교수는 뇌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교세포들이 시냅스의 숫자가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밝히고, 냅스가 과도하게 제거되는 현상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시냅스를 제거하는 교세포의 포식작용을 역으로 이용해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도 밝히고 있다. 특히 이같은 기능이 수면과 노화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연구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도 연구 중에 있다.
이같은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뇌 노화 억제와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을 예방·치료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박성홍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뇌막 림프관을 통해 뇌의 노폐물이 배출되는 경로를 밝히는 등 '새로운 뇌 영상화 기법 MRI'를 연구 중에 있다.
뇌에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노폐물이 생성돼 배출되는데, 노화에 따라 노폐물의 배출 기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동물 실험으로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병을 유발하는 노폐물이 뇌 하단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을 통해 뇌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뇌MRI 촬영 기술로 확인했다.
박 교수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 속 노폐물의 배출 경로가 밝혀진다면, 그 경로를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호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 주제는 '퇴화 저항성 축삭의 RNA오페론'이다. 건강한 뉴런은 축삭을 통해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고, 축삭이 퇴화되면 뉴런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 해진다. 축삭 퇴화를 연구하면 뉴런이 죽는 이유와 정상 세포의 퇴화를 억제하는 원리를 밝혀낼 수 있다.
박혜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살아있는 뇌 안의 기억흔적 영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장기 기억 형성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유전물질(베타액틴 RNA)을 살아있는 동물에서 바로 영상화해 기존 연구와 차별화 됐다. 장기 저장 기억의 정상적인 인출 과정과 병리적인 상태에서의 차이점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중앙치매센터 등에 따르면 2018년 사망 원인 중 알츠하이머가 9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65세 고령자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치매 원인 중 74.9%가 알츠하이머다. 다만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이다. 연구자는 연구 주제,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제안한다.
연구 목표에는 논문,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넣지 않는다. 매년 연구보고서 2장 이외에 연차 평가, 중간 평가 등을 모두 없애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 도전적인 연구를 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 원인을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현재까지 603개 과제에 7729억원을 집행했으며, 국제학술지에 총 1246건의 논문기 게재되는 등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 중 네이처(3건) 사이언스(5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97건에 달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